2주간 앓다가 이제 겨우 사람꼴이 된 것 같다. 알레르기로 응급실을 찾은 뒤 그 다음날은 편안히 쉬어야 하는데 미리 끊어놓은 연극티켓이 취소가 안 되었다. 그래서 부득이 연극을 보러 간 게 탈이 났다. 월화수목 4일간 열이 난 뒤 코가 헐고 입술이 헐고 엉망이 되었다. 아플 땐 집안꼴도 엉망이다. 설거지며 청소며. 오늘에야 이리저리 먼지를 쓸어가니 사람 사는 것 같다. 아픈 사람이 제 몸도 못 건사하는데 집 단장이야 할 수도 없을 거다.
아침에 메시지를 받았다. 호스피스에 들어갔던 환자의 보호자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거다. 이 날만을 기다렸다. 뭔가 하소연을 해야 하는데 할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점을 높게 주지는 못 했다. 불만이었기 때문에. 가장 큰 불만은 환자를 돌보는 문제이다. 엄마는 24일 정도 있었다. 대게 그 정도 평균적으로 머문다고 인터넷에서 본 것 같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면 3개월 정도는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의사는 기대여명이 2~3개월이라고 하지만 얼마든지 살아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나는 90살이 넘어도 살아있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살아가지 않나.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이성적으로 생각이 든다면 매일 손을 어루만지고 얼굴을 만지며 고마웠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지만. 내일도 그 다음 내일도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그런 간지러운 말도 못 하는 게 사람이다. 집에서 샤워를 한 번 하고 병원에 들어갔는데 수액만 맞다 보니 엄마도 기운이 없고 해서 계속 누워만 있었다. 병원에서 수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오늘은 뭘 할까?"라고 물어보라고. 그런데 뭘 할 수가 없는 몸의 상태다.그 곳에 있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뭘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보호자에게 색칠하는 노트를 줬다. 이거 누가 하는거냐고 물었더니 보호자가 하는 거란다. 며칠 후 그냥 돌려줬다. 거기에 색칠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이 두 가지만 봐도 뭔가 이상하지 않나? 환자는 반듯이 누워서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다. 화장실도 못 간다. 너무 아프고 기운이 없어서. 그런데 뭘 할지 물어보라는 것이 대체 일반병동 환자라고 생각하는지. 환자의 상태를 알고 말하는 건지. 그리고 노트에 색칠하는 게 정서적 안정이 될까? 보호자도 간이침대에서 자다 보니 몸이 녹초인데. 거기서 시간 때우느라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은 적이 있다. 티브이도 보고 답답해서 산책도 하고 밥도 먹으러 나갔다. 그리고 한여름이라 매일 샤워를 했다. 그런데 2주 정도 내가 돌보다가 나도 몸이 아파서 동생들에게 며칠 보라고 했다. 임종기에는 어차피 의식이 없기 때문에 의식이 왔다 갔다라도 하니 며칠이라도 대화를 하라고 들어가라고 했다. 여동생은 3일 하고 죽겠다고 하고 남동생은 9일 했다. 집에 있으니 더 괴로워서 내가 들어가겠다고 하여 들어간 날, 엄마는 하늘나라로 갔다. 그런데 들어가서 보니 손톱이 새까맣게 되어 머리를 자꾸만 긁으려고 했다. 내가 있었던 9일간은 머리를 긁지 않았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가려웠나 보다. 우리는 이틀만 지나도 가렵지 않나. 병원에서는 목욕을 하겠다고 보호자가 얘기하지 않는 이상 하라고 하지 않는다. 처음 호스피스병동에 갔을 때 목욕하고 싶으면 저기서 하라고 안내해 준 게 전부다. 그래서 엄마는 목욕은 고사하고 머리 한 번 감지 못 했다. 물론 내 잘못이 첫 번째이다. 나는 매일 씻으면서 환자를 씻겨야 한다는 걸 몰랐다. 환자는 말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있으니. 가끔 하루에 한 번, 또는 이틀에 한 번 깨어나서 몇 시간 눈을 뜨고 있거나 대화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동생들이 들어간 날부터,돌아가시기 2주 전에 갑자기 의식이 좀 명료해졌다. 대화도 좀 더 잘하고. 그런데 놓친 게 있었다. 머리를 한 번도 안 감겨 줬다는 사실을. 그래서 마지막날 엄마의 손톱을 깎았다. 마지막날에는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눈물만 났다. 그리고 영양공급이 안 되면 마지막엔 신장이 망가져서 이물질이 목으로 올라와 숨을 못 쉬고 헉헉대어 석션을 해 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간호사가 와서 석션을 하니 갑자기 맥박이 춤을 추며 10여분후 모든 것이 끝이 났다. 그런데 간호사말이 전날 코로 관을 넣어서 뽑아내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석션해 달라고 했을 거다. 의식이 매우 흐린 상태에서 코로 관이 잘 들어가지 않고 환자는 아프기만 하다. 뭔가 서툰 이 호스피스병동에게 오늘 좋은 평점을 줄 수가 없었다. 사회복지사도 첫날만 면담을 했지 두어 번 병실에 와서 형식적인 말만 했고 수간호사도 첫날만 호스피스시설에 대해 알려줬지 이후 개인면담이 없었다. 그리고 또 엄마가 수면에 빠져 있을 때 환자를 불러도 말이 없자 가장 아픈 겨드랑이 안쪽 살을 꼬집는 바람에 엄마가 울었다. 얼마나 속이 상한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더니 해야만 한다고 간호사가 끝까지 고집부리는 바람에 나중에 수간호사에게 울며 항의한 적이 있다. 보호자가 불편한데 사과하면 될 일을 그게 옳은 방법이라고 우기냐고. 아직 우리나라 호스피스 운영상태가 엉성하다고 본다.
어쩌다 한 번 겪은 일은 나만 당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라고 하겠지만 수많은 환자들의, 보호자들의 눈물을 그들이 안다면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