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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Apr 01. 2023

혜옥이

감독 박정환

배우 이태경, 전국향


 이라엘. 그녀는 행정고시를 준비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소위 명문대 경영과를 나왔으나 번번이 낙방이다. 엄마는 조바심에 이름까지 개명한다. 이혜옥. 공부란 게 지루한 자기 싸움이다. 계속되는 낙방에 지쳐갈 때쯤 혜옥이란 이름을 받고 다시 도전을 한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이름 쓰는 란에 이라엘이라고 적고 주민등록증도 예전 것을 가지고 왔다. 일순 당황. 다시 낙방. 엄마가 공들여 바꿔준 이름 덕분에 마지막 시험을 망쳤다. 원래 이름으로 쳤어도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낙방 후 카페 취업을 하러 갔다가 카페 사장이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서빙과 설거지를 담당한다. 첫 장면부터 고기가 이상하다고 계속 트집 잡는 손님한테 시달리는 혜옥. 그진상손님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손님 탓이 아님이 밝혀진다. 국산고기라고 속여서 칠레산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빡친 라엘은 '제발 적당히 좀 하라'며 사장에게 소리를 지른다.  

 고깃집에서 일하는 혜옥과 고시 준비를 하는 혜옥의 장면이 처음부터 교차편집되어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혜옥이가 비워 준 방에 다시 등장한 부동산 중개인. 처음 혜옥이에게  말 했던 것처럼  이 방에 거주한 학생들이 모두 합격해서 나갔다며 거짓말을 하고 그 말을 믿은 손님은 웃으면서 희망을 보며 끝난다. 그 방에는 지금도 누군가 미래에 희망을 걸고 몸부림치고 있을 것 같다. 


 엄마의 욕망인지, 본인의 욕망인지는 모르지만 시작된 고시는 8년 만에 성공했다는 아무개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엄마 때문에 관두지 못하고  시간을 끌면서 피폐해진다. '제발 적당히 하라고. 적당히 욕심부리라고'소리 지르는 순간 엄마가 그곳에 등장한다. 이미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한 혜옥 앞에 나타난 엄마. 엄마의 놀람, 당황, 일그러진 얼굴에서 나온 말,  '혜옥아.' 긴장할 때마다 발작처럼 나오는 혜옥의 재채기.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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