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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by 신기루

서울에 올라온 지 4개월째이다. 환경이 바껴 운동을 못해 뱃살만 늘어나서 다이어트를 시작하자 눈에 다래끼가 났다. 초등학교 때 유독 나만 자주 나던 다래끼가 중학교 들어가니까 순식간에 사라졌던 그가 다시 나타났다. 초기에 가지 않으면 통증이 심해져 눈 뜨기도 어려워진다. 치과를 가든, 안과를 가든 뭐라도 더 챙겨 오려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약을 받은 후 정작 잘 사용도 안 하면서 이번에도 눈꺼풀을 닦는 세정제 같은 걸 사 왔는데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래끼가 나자마자 다이어트는 포기했다.

나는 못 빼서 난리인데 아들은 못 쪄서 난리다. 서울에 올라온 이유가 아들이 1일 1식을 하면서 게임에 몰두하다가 게임을 관두고도 방구석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온 것에 비하면 순순히 취업 준비를 시작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우리 아들은 키가 178센티인데 몸무게가 58킬로 정도 나갔다. 군대 가서 65킬로까지 갔다가 금세 자기 체중으로 돌아왔고 작년에는 50킬로까지 간 적도 있다. 아마 52킬로 상태로 지냈던 것 같다. 정말 보기 딱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도 생업에 바빴고. 다행히도 골든타임일 때 퇴직을 하여 작년에는 엄마도 잘 보내드렸고 올해는 아들을 케어하는 중이다.


아침 8시에 나가서 밤 9시, 10시까지 공부를 하고 들어온다. 하루하루 밥을 제때 챙겨 먹으니 조금씩 체중이 올랐다. 최근에는 60킬로에 육박하니까 급 얼굴이 상기되었다. 밥을 먹고 난 뒤 과일을 과하게 먹는다. 목표는 70킬로. 하루에 0.5킬로씩 올라가는 걸 보며 너무 좋아라 한다. 사실 조금 먹으니까 안 찌는 거다. 배 부르면 무조건 숟가락을 놓는다. 음식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교육을 안 시킨 탓에 음식물을 버리거나 주워 먹느라 나만 괴롭다. 그런데 60킬로에 도달하자 부쩍 좋아하다가 오늘 저녁에 밥을 먹으면서 하는 말,

" 나는 원래 감정기복이 없는 편인데 요즘 잘 챙겨 먹으니까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체중이 오르니까 내가 소중하게 느껴진다."라고.


울컥했지만 "아, 그래? 자기를 잘 챙겨야 돼. 그래서 사람들이 맛있는 거, 좋은 거 챙겨 먹잖아."라고만 했다.


원래 공부를 매우 잘하던 아이다. 그래서 주특기인 공부를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긴 것도 있고 체중이 올라오니까 얼굴도 더 예뻐지고 자신감도 올라온 것 같다. 나도 다이어트 하다 보면 기운이 없어지면서 만사가 귀찮아진다. 1킬로만 빼도. 그런데 아들은 가뜩이나 저체중인데 거기서 더 빠지면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위기가 오는 것 같다. 나도 지금 몸무게에서 8킬로 빠지면 멘탈이 나갈 것 같다. 그런 아이가 이제 자신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하니 서울 상경의 목표가 완성된 듯하다.

음 올라왔을 때 계속 가라고 했다. "엄마, 언제 가?" 살리러 온 엄마에게 자꾸 가라고만 했지만 쉽게 물러날 엄마가 아니다. 1년을 뭉개러 온 걸 모르고. 70킬로까지 찌우는 건 너의 목표이자 나의 프로젝트 일부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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