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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by 신기루

나는 자주 기차를 타는 편이다. 오늘도 내 옆에 앉은 외국인이 전화를 하고 있다. 금방 끝나겠지. 기차가 출발하고도 계속 대화중. 그래. 즐거운 한국여행 돼라. 계속되는 소음에 비어 있는 다른 자리로 가서 앉았다. 역무원이 오면 얘기하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안 온다. 계속되는 소음. 하필 오늘은 이어폰도 없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작게 듣다가 광명역까지 왔다. 여전히 대화중. 기차안내 방송이 나온다. 전화는 밖에서 하고 대화는 조용히 하라고. 한국말만 나오고 영어는 안 나온다. 아. 결국 내가 직접 해야 하나. 내 자리로 돌아가서 팔뚝을 살살 눌렀다. 동그란 눈으로 쳐다본다. 짧은 영어가 문제지.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며 아웃사이드. 콜. 다시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전화하는 외국인. 이어폰을 빼는 순간 다시 한번 더 '아웃사이드', '폰 콜'이라고 하며 폰을 바라봤다.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만졌다.

상황이 종료된 이후 나타난 역무원. 내 옆을 스치는 그를 잡았다. 한국말로만 안내하면 외국인은 못 알아듣는다. 외국말로도 안내를 해라라는 내용으로 앞의 상황을 알렸다. 준비하겠다고 답한다. 자기가 준비를 못했다고 하길래 철도청에 건의하는 거다라며 얼마 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오늘도 옆에 분이 광명까지 통화를 해서 내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아. 이제야 조용해졌다. 20분간의 고요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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