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미술전시회에 다녀왔다.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그림들이 있었다. 장욱진,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이쾌대 등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탓에 각 작가마다 작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볼만한 작품들이 많았다. 김기창 화가의 작품 중 '아침'은 크기도 크고 아침부터 부산한 여인들의 삶을 재미있게 표현하여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바로 옆에 천경자 화가의 작품이 있었다. '초원'은 가장 오랜 시간 바라봤다. 선들이 너무 부드럽고 표범 앞에서도 움찔하지 않는 코끼리, 꽃 속에 파묻힌 사자, 코끼리 등을 타고 누운 나부, 아마도 그 나부는 천경자 작가이자 바라보는 관객 그 누구라도 될 것 같다. 나무, 초원의풀들, 코끼리의 귀, 사슴, 얼룩말의 곡선들이 바람과 함께 내 마음을 간지럽혀 주는 것 같았다. 물소, 코끼리, 표범, 사자, 사람, 그 누구도 상대를 헤칠 마음이 없이 한 곳에 있으니 그곳이 천국 아니겠나. 저 멀리 얼룩말과 나무 위에 학, 사슴까지 조화를 이루어 초원은 더없이 평화롭고 자유롭다. 이런 그림은 거실에 두고 날마다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음악을 들으면서 늘어지듯 그림도 똑같다. 공포스런 그림을 보면 마음이 오그라붙고 머리가 쭈뼛 서듯이. 한없이 차분하고 고요함 속에서 무한한 상상을 하고 나만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림 그리고 음악이 있어서 인간은 그나마 버티는 모양이다.
그림을 보다 보면 산 위에 나무들이 불쑥 나온 게 있다. 미술 시간에 선생님한테 혼날 그림이다. 그런데 대가들은 그렇게 그렸네? 국어시간에 순수 우리말 찬양을 하면서 노래 가사 짓기를 할 때 영어 단어 넣으면 감점시켰는데 지금 빌보드에 오른 우리나라 가수들의 곡들은 우리말 찾아보기 어려운 가사들이 많다. 어른들이 고집하는 것과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의 괴리. 예술은 기존의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향해 나가야 되는 것인가 보다. 우리의 삶도 기존의 구습, 악습, 관습을 버려야 새로운 삶이 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