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뮤지컬을 잘 안 본다. 예전에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에 갔는데 무대와 가까이 앉았다가 귀가 너무 아파서 제일 뒤로 나간 적이 있었다. 청력이 예민한 탓이기도 하고 공연장에서 3층까지 들리게 스피커를 너무 크게 한 탓도 있다. 그래서 가능한 2층으로 올라가서 본다. 그리고 가능한 연극을 본다. 그런데 카이의 노래를 직접 듣고 싶어서 갔다. 예전에 티브이로 본 뮤지컬에 카이가 나왔는데 그 제목을 까먹었다. 그때 카이 노래를 직접 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 더불어 옥주현과 같이 한다고 하니 기꺼이 갔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키스' 연극을 본 날, 4월이라 변덕스런 날씨 탓도 있었지만 너무 추워서 이번에는 패딩을 들고 갔다. 지난번 대학로에서 연극을 볼 때도 에어컨을 세게 틀어서 냉동될 뻔했다. 그래서 공연장에는 좀 따뜻한 옷을 들고 가는 게 좋다.
오늘따라 중학생 단체관람 학생들이 가득 와 있었다. 혹시나 떠들면 어떡하나 했는데 대부분 1층을 점령하고 앉아 있었다. 아이들의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연주음악이나 노랫소리가 엄청 컸다. 아이들도 숨죽여 공연을 관람해서 공연 에티켓이 좋은 것 같았다.
카이는 팝페라 가수이자 뮤지컬 가수라서 그런지 가사 전달이 너무 좋았다. 가사가 정확하게 귀에 꽂혔기 때문에 그가 훌륭한 가수란 걸 알았고 감성이 풍부하여 목소리에 잘 묻어났다. 옥주현 역시 목소리가 아름답고 가사 전달력도 좋았다.
맨 처음은 베토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어 과거 시간으로 올라간다. 베토벤은 어릴 적 아버지의 엄격함과 학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갖고 자라게 되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랑도 믿지 못 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음악 연주회에서 사람들에게 혹평을 듣거나 그의 연주회가 함부로 취소당하기도 한다. 당시에도 유명인이긴 했으나 호불호가 갈리는 예술가였던 것 같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한 여인. 그녀는 16세에 9살이나 많은 남자를 만나 아이가 셋이다. 그녀는 한 번도 남편에게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음을 베토벤을 만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둘은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치기로 계획했으나 남편의 방해로 무산된다. 그렇게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베토벤은 그녀와 헤어진 후 17년 뒤 영면에 든다. 첫 장면에서 베토벤이 죽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면서 젊은 시절 사랑이야기가 펼쳐지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관이 묻히는 걸로 끝난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 2악장은 장송곡으로도 많이 쓰이는 곡인데 극의 맨 처음에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관이 땅속으로 내려가는데 그 지점에서 우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과 그날이 온다는 걸 일깨운다. 누구나 피할 수 없이 그 길로 가고 있다. 죽음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면 아마도 하루라도 살 수 없을 것이다. 너무 무서운 건 피하게 된다. 모른 척하게 된다. 그냥 하루하루 눈 뜨면 살아지는 거다. 그러다가 문득 들려오는 누군가의 비보에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곧 잊는다. 왜냐하면 남이 아픈 건 내 손톱의 가시만큼도 못 느낀다고 했다.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스스로 맞닥뜨리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머리로 인식하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다르다. 죽음은 체험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언젠가 그날이 오겠지. 그날까지 그냥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이다.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즐거움을 얻는 건 귀한 것이다. 보석처럼 찬란한 하루하루를 맞이하러.. 오늘은 그만 잠을 청하자. 베토벤은 죽지 않았지만. 불멸의 음악, 불멸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