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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의 차이

by 신기루

자주 통화하는 친구가 있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행동도 하는, 서로 다른데 만나는 친구. 40대에 만났는데 아이들이 한창 공부할 때였다. 너도나도 좋은 학교 보내려고 안달할 때, 그 친구는 아이들과 함께 홍성으로 갔다.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유리한 학교를 가겠다는 전략. '나라면 하지 않을 텐데.'이후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홍성에서 잘 살고 있다. 어쩌면 잘 갔는지도 모른다. 천안만 해도 아이들이 보통 드센 게 아니다. 아산도 마찬가지. 홍성 아이들은 순박하다고 했다. 그래서 잘 적응하고 학교에 다닌다.

어제는 웬 꽃사진을 하나 보내주며 무슨 꽃이냐고 이름을 맞추란다. 알턱이 있나.


음.. 군자란


아무렇게나 말하니까 엄청 재밌어하면서 당연히 네가 알 턱이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신나 했다. 그 친구는 항상 생글생글 웃으면서 엄청 신나게 말하는 친구다. 가만히 있으니까 비밀을 가르쳐주는 듯.


이게 말이야. 양배추꽃이야. 냉장고에서 자랐어.

오모. 신기하네. 처음엔 그렇게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라며 자기가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말한다.


음.. 끔찍한데? 왜 냉장고 청소를 안 해?

아니, 그게 아니라 잘 보관한 거지.


크으, 속으로 웃음이 올라왔다.


통째로 넣어둔 거야?

아니, 양쪽으로 먹고 비닐에 잘 싸서 넣어놨지. 그 가운데 심이 있잖아. 거기서 나온 것 같아. 라며 연신 신이 팡팡 나 있다.


난 전혀 공감 못 하겠는데. 아, 이 친구는 왜 점점 공감하지 못할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MBTI가 뭐냐고 물었다.


나? 맞춰봐.라고 했더니 하나하나 짚으면서 결국 ESFP를 도출해 냈다.

난 ENFP라고 하니까 끝까지 ESFP라고 했다. ENFP이면 사회생활을 못하거나 해도 엄청 힘들다고. 여러 가지 행동을 봤을 때 ESFP라고 끝까지 주장했다. 본인이 검사해서 받은 결과라고 하는데도 아니라고 우기는 이 실력자는 과연 누구일까?

난 상대가 별거 아닌 걸로 우기면 그냥 넘어간다.


그래. 그런가 봐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관점이 참 다르다는 걸 느꼈다. 양배추꽃도 그렇고 남의 MBTI성향도 자기가 그렇다면 그런 거고. 참 다른 눈으로 다르게 보면서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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