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베랜드

by 신기루

연극을 보러 가기 전에 예측이 거의 안 되는 안갯속을 가듯 공연장을 찾을 때가 있다. 사실은 너무 자세하게 알고 가고 싶지 않아서 검색을 많이 해 보지 않는다. 대충 쓰윽 보고 가서 새로운 미지를 탐험하는 재미가 더 좋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처음 알게 되는 스토리들이 많다. 연극대본인 희곡은 우리가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극작가들이 열심히 쓰는 희곡들이 연극으로 연출된 것을 보는 것은 신선한 날생선을 만지는 느낌이다.

테베랜드도 제목만 봐서는 감이 오지 않는다. 극을 소개해 놓은 내용을 보면 '존속살인'을 한 죄수를 찾아가서 그를 주인공으로 연극을 만들겠다는 작가의 이야기다. 2인극인데 죄수 역할을 하는 인물이 실제 연극 무대에 올라갈 수 없다는 정부방침 때문에 다른 배우가 죄수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죄수와 배우를 한 명이 맡은 독특한 극이다. 감옥에서 죄수를 만날 때는 감옥의 창을 닫고 작가와 둘이서 마주한다. 그러다가 연극무대에 올라갈 배우와 작가가 대화할 때는 감옥의 문을 열어놓고 대화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배우가 2명을 연극하지만 헛갈리지 않게 장치한 것이다.


감옥에서 대화를 할 때는 철창 밖에 cctv를 보는 것처럼 장치를 해 두어 관객이 그들을 관찰, 감시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몰입감도 더 높이고 사실감도 높여준다. 작가를 맡은 이석준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더 극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상대 배우 정택운 배우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그가 아버지를 죽게 만드는 장면에서 빨간 조명이 그의 손을 비추면서 피를 흘리는 장면이 잘 표현되었다. 이 장면이 가장 압권이었다.


작가는 말한다. 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아온 그가 과연 존속살인자인가? 즉 그도 피해자가 아닌가. 결과만 보면 파렴치한 나쁜 놈이다. 그런데 그는 부모에게 받아야 하는 사랑, 관심, 배려, 인간적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모멸감, 학대, 체벌을 받아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분노가 폭발하여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

작가는 아버지를 죽인 외디푸스 이야기와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모차르트 이야기를 한다. 테베지역은 외디푸스가 태어난 곳이다. 외디푸스는 아버지인 줄 모르고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 또 아버지를 벗어난 모차르트는 나중에 아버지가 죽었을 때도 찾아가지 않았다. 연극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가 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면서 극이 끝나는데...


죄수는 처음에는 자신이 직접 연극 무대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줄 알고 시작했으나 리허설 때만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아버지의 무덤과 리허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의 무덤에 가는 것을 선택한다. 그는 그곳에 가고 싶을 것이다. 이 부분이 마음 아프게 한 부분이며 이야기의 핵심이 아닐까.

당연히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만 가득 차 있어야 할 그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 자신의 죄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 등등 인간의 온갖 괴로움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떤 결과, 행위만 보면 나쁜 놈이라고 단편적으로 얘기할 수 있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인간을 탐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는데 요즘 영아살해를 보면서 어디까지 인간을 우리는 알고 있는지 참 모르겠다는 생각만 든다. 같은 인간이면서 인간을 이해하지 못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살고 있다. 어찌 보면 영원히 마음의 감옥에 가둬놓은 아버지는 진정한 가해자가 아닐까.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죄수의 이야기.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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