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비

by 신기루

연극 '3일간의 비'. 일단 제목을 보면 3일간 비가 계속 내리는데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궁금증이, 호기심이 폭발한다. 궁금한 건 못 참아. 살아있다는 게 뭔가. 팔딱거리면서 요기조기 궁금한 걸 파헤쳐보는 거다. 거기서 재미도 나오고. 그래서 선택한 연극을 보러 갔다. 배우들 연기도 너무 잘 하고 내용도 좋은데 단지 하나. 흠이 있다면 에어컨 소리가 너무 크다는 거다. 좋은 공연장은 에어컨 소리가 안 들리는데. 연극을 보다 보면 공연장 구경도 한몫 한다. 오늘 가는 공연장은 과연 어떻게 생긴 곳일까. 하나의 베일을 벗겨내는 기분으로 쓰윽 들어가보며 구경하는 맛도 재밌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아니고 친구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긴 거다. 일단 흥분부터 하고 본다. 그리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마도 아버지와 같이 동업관계였던 친구가 그 집의 실제 설계자가 아닐까라면서. 2막에서는 과거 아버지의 청춘시절로 돌아간다. 아버지는 말도 어눌하고 여자들에게 크게 인기도 없던 사람이다. 그런데 같이 지내는 친구는 화술도 좋고 예쁜 여자 친구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비가 오는 어느 날 친구가 없는 사이 그녀가 찾아온다. 그래서 둘은 연인이 된다.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의 반응은? 1. 칼부림이 난다. 2. 다 때려 부순다. 3. 여자친구를 때린다. 4. 열받아서 차를 몰고 나가서 쾅하고 혼자 부딪힌다 등등 우리는 사랑이 끝날 때, 그것이 배신으로 결말을 맺었다면 온갖 패악을 다 저지르고 싶고 파괴 본능에 시달릴 것이다. 스스로를 괴롭히든 남을 괴롭히든.


그런데 이 연극에서는 둘이 있는 장면을 보고 그냥 나온다. 뒤 따라 나온 아버지는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위기를 넘기려고 한다. 그냥 잠깐 그녀가 온 것이라고. 하지만 분위기상 모든 것을 파악한 남자는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 떠난다. 그리고 막이 내린다. 처음에는 이렇게 끝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떠난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봤다. 사랑하는 여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같이 지냈던 친구의 행복을 존중한다. 그들의 선택을 이해한다. 예전에 교과서에 실렸던 '이해의 선물'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아이가 돈 대신 버찌씨를 내밀며 어항 속의 고깃값을 냈지만 주인은 잔돈까지 거슬러줬다는 이야기. 나중에 그 아이는 그때 아저씨가 자신에게 베푼 것이 바로 '이해'라는 선물이었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해'하지 않으려는 일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너무나 힘든 세상에서 '3일간의 비'는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얘기한다. 그녀를 이해하고 친구를 이해하고 그래서 떠나 주는 것. 이해심이 점점 사라지는 게 우리 공동체의 문제 아닐까? 이해하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들처럼 행동하기로. 그것이 나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보호막은 천천히 벗겨져서 모두 알몸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다치게 하는 세상이 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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