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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by 신기루

아침부터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성격이 워낙 급하신 터라

" 주소, 너거 집 주소 보내줘. 전화번호랑." 이 말을 두 번 반복한다.

"왜요?"

"조기 보낼라고."

"네."

뚝. 끊겼다. 아니 빨리 끊고 보내야 한다. 급하게 예전에 귤 주문하느라 보낸 메시지를 뒤졌다. 거기에 천안 주소가 있다. 복사해서 보내고 난 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엄니가 조기 보낸대. 사람들이 오염되기 전에 먹어 치우려고 하나 봐. 냉장고 넣고 매일 한 마리씩 먹든지, 아니면 냉동시켜."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참, 요즘 난리는 난리인가 보다. 사람들이 미리 회 한 점이라도 더 먹겠다고 횟집에 가든지 아니면 건어물을 쌓아 쟁여두든지. 세상이 보통 어수선한 게 아니다. 나부터 미쳤으니까.


핵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한 달 전. 나도 패닉이란 걸 겪어봤다. 갑자기 아침에 눈 뜨자마자 소금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인터넷쇼핑몰에서 미친 듯이 샀다. 사도사도 부족할 것 같아서. 10킬로에 24000원짜리를 샀는데 그다음 날에는 27000원에 구입을 했다. 며칠간 계속 소금 생각만 나고 더 사야겠다는 열망에 붙들렸다.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를 정도로 이제 곧 바다 소금은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마구 클릭을 하다 보니 총 328킬로를 샀다. 그리고 미역, 멸치도 샀다. 멸치는 이 더운 여름에 밖에 방치하다가 뭔가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서 산 지 한 달 만에 냉장고에 넣었다. 고 싶은 건 많지만 넣어둘 곳이 없어서 포기다. 소금은 10년 이상 보관해도 된다고 하니 정신없이 사게 된 거고. 내가 미친 건지, 세상이 미친 건지. 핵오염수를 바다에 뿌리는 게 미친 건지, 소금을 300킬로 산 내가 미친 건지. 이러한 불안을 키운 정부가 미친 건지. 일본과 미국이 미친 건지. 중국이 제일 정상인 것 같다. 일본이 중국에게 전문가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중국은 거절을 했다. 과학으로도 알 수 없는 무수한 핵종이 있고 필터로 제대로 걸러지지도 않는다고 하며 알 수 없음에 노출된 것이 가장 위험도가 높다고 하는데. 방사선 수치를 체크하는 기계 자체도 제대로 측정도 안 된다고 뉴스에서 본 것 같다. 측정도 안 되는 바보 기계로 우리를 바보 만들고 있다. "자, 봐라. 수치가 낮지 않냐. 먹어도 된다." 그 기계 자체를 못 믿겠다.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자체가 놀라울 지경이다. 미국은 환경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다. 이 물을 전혀 안 먹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는가. 설사 안 먹는다면, 나만 안 먹으면 된다는 논리는 뭔가. 나머지 나라들은 똥물을 먹어도 된다는 건지. 이 와중에 그림 구경이라니. 나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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