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아침이다. 처서가 지나면서 갑자기 바람이 시원해지는 걸 보면서 놀랐다. 계절은 정확하다. 어제 천안에 가서 김치 한 통을 들고 왔다. 물과 배추가 섞인 김치가 보통 무거운 게 아니다. 자식 입에 넣겠다고 어마어마한 괴력을 발휘하며 기차에 올랐다. 앞 좌석에 아기가 엄마 품에서 찡얼댔다. 엄마가 곧장 우유를 입에 물렸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을 오른손으로 작동하면서 먹였다. 한쪽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한쪽 손으로 스마트폰을 만졌으니 우유통은 그냥 아기 입에 물려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조용히 먹던 아기가 다 먹고 나면 또 울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 앞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기는 울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이것저것 한 손으로 검색을 하고 있었다. 아기는 5~6개월 정도 되어 보이는데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혼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안겨 있다. 참 신기했다. 어쩜 저리 순둥순둥할까. 우리 애들은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고 버둥댔는데. 우유를 다 먹이면 바로 앉혀서 등도 두드리고 눈도 맞추면서 같이 놀아줬는데. 요즘 신세대들은 다른가 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는 한 몸이어서 그런지. 아기가 우유를 먹을 때도 단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스마트폰만 계속 보고 있던 엄마는 우유를 다 먹은 아이가 혼자 눈을 두리번거려도 그 눈을 단 한 번도 마주 보지 않는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나는 줄곧 거기만 바라봤다. 그러다가 천안에서 광명까지 와버렸네. 광명에서 내리는지 객실 안쪽에 앉은 사람이 나가려고 하자 자기도 내린다고 말하면서 나가려는 사람을 제지한 후 계속 핸드폰을 본다. 결단코 단 한번도 아기 눈을 보지 않는 엄마. 그 또한 너무나 익숙한 아기. 둘 다 신기해서 계속 봤다. 내릴 때가 되자 아기 포대기를 채우려고 아기를 돌려 앉히자 아기가 눈을 두리번거렸다. 아까 엄마 팔에 머리를 두고 왼손은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오른손은 엄마를 안은 자세에서 거의 고정되어 있었다. 그 팔을 이제 20분 만에 펴는 것이다. 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에서 갑자기 엄마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아기는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엄마는 계속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볼 것이다. 아기는 건성, 엄마는 핸드폰으로 해야 할 것이 많을 것이다. 우리 아기들이 이렇게 길러진다면 왠지 소름 끼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혼자 다시 망상에 빠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