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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by 신기루


감독 엘리자베스 차이 베사헬리, 지미 친

배우 아네트 베닝, 조디 포스터, 리스 이판


다이애나 나이애드는 60살이 된 자신을 그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퇴물로 보는 것 같다며 우울해한다. 28세일 때 쿠바에서 플로리다 키웨스트까지 165키로 장거리수영에 도전했지만 42시간을 수영하고 131키로를 남기고 실패했다. 그녀는 60세에도 여전히 꿈꾸고 도전할 수 있다면서 못 이룬 꿈을 향해 재도전한다. 절친 보니와 팀을 꾸려 61세인 2011년.8.7일 드디어 바다에 뛰어든다. 쿠바 앞바다엔 상어도 많고 해파리들도 득실대는데 철창 보호도 없이 160키로, 60시간 수영하는 계획을 세운다 . 그녀의 두번 째 도전도 첫번째 도전 때와 마찬가지로 조류때문에 나아가지 못하고 결국 28시간 수영을 하고 포기한다.


3차도전은 2011년,9월23일. 상자해파리 공격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 그녀는 수영을 하면서 14살 때 수영코치로부터 받은 성폭력의 고통을 계속 떠올린다. 그녀에겐 전인생사에서 가장 큰아픔이었을 그 고통이 머리에서 계속 맴도는 것이다. 그 순간 또한번의 해파리 공격으로 인해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다행히도 다시 깨어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시련을 극복한 성공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그녀가 고발한 미투 사건을 담고 있다. 그 사건을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고 온전히 그녀의 인생을 관통하는 고통으로 전달됨을 보여준다. 그녀를 지도한 코치는 명예의 전당에 아직까지 버젓이 있다고 말하며 여전히 가해자는 제대로된 사회적 처벌을 받지 않았음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나는 망가지지 않았고 나는 잘 살고 있다고. 이후에도 4차 도전시 폭풍우에 의해 좌절됐지만 5차, 다섯 번째 파도는 그녀가 당당히 넘어서서 결승점에 도달했다. 마지막 도전에서 절친 보니는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하는 나이애드를 위해 직접 바다로 뛰어들어서 한번만 더 팔을 힘차게 저으라고, 너의 저력을 믿는다고 말하며 힘을 준다. 체력이 고갈된 그녀에게 포기하지 않게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훌륭한 조력자는 저러해야 한다고. 무한한 신뢰와 믿음을 줄 때 인간은 포기하지 않고 일어선다는 걸 보았다.


아들이 시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시 시험을 준비하려고 한다. 예상 컷보다 낮게 나왔다고. 그러면서 다시 게임방에 가서 12시, 1시,2시에 들어오길 일주일째. 화를 내면 맞서는 성격이 아니라 도망가는 성격인 아들은 남의 눈치를 많이 보면서도 자기 멋대로 하는 성격이다. 내가 볼 때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많지만 그 자신은 자기 생겨먹은 대로 살아야 편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마냥 니 맘대로 하라고 둘 수 없는 게 부모다. 그래서 절대 낯빛을 구기면 될 일도 안 되니까 살살 말했다.


"일주일간 푹 쉬었으니까 이제 운동도 좀 하고 금연도 시작해." 라고

그랬더니 자기도 일주일간 너무한 건 아는지 오늘은 집에 있다.

나는 공격적 성격이지만 사람 봐가면서 해야 한다.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는 건 자기 삶의 모나고 거친 면을 계속 다듬는 일인 것 같다. 나에게 필요한 먹을거리가 거기엔 반드시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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