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배우 욜랭드 모로, 피에르 무어
주인공 여자는 평소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고 산다. 어느 날 남편이 어두운 숲길에서 낯선 여자를 치는 사고를 낸다. 이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주인공 여자가 여행가방을 싸서 밖으로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와서 짐을 푸는 거다.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보따리를 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거다. 도망갈까, 아, 자신 없다. 이런 갈등을 겪으며 살다가 어느 날 밤 또 구타가 이어지고. 여자는 결심한다. 사고가 난 그 자리에 차를 몰고 가서 기다리다가 어둠 속에 걸어오는 남편을 차로 친다.
경찰이 수사를 하는 도중 여자는 도망을 간다. 아들집에 갔더니 아들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또 한 번의 충격을 받고. 아들은 왜 더 빨리 아버지를 떠나지 않았냐고. 아들 역시 아버지의 구타를 피해 도망갔던 것이다. 처음에는 아들에게도 속였지만 결국 아들은 엄마가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알고 그런 엄마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여자는 시내 여관에 머물고 있는데 경찰이 점점 죄어 온다. 그래서 한밤중에 도망가려고 하자 여관 주인이 눈치채고 도와주겠다며 따라나선다. 여관주인은 그녀가 방을 찾아왔을 때부터 한눈에 도망자임을 눈치챘으나 모른 척했다. 매스컴을 통해서 이미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이 여자를 적극 도와준다. 같은 여자로서 십분 이해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감정에 바로 이입이 되면서 그녀의 탈출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극에 몰입된다. 관객과 주인공이 한 마음이 되면 영화는 엔딩까지 힘 있게 간다.
도망을 가면서도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아들과의 연락을 끊기게 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전화를 하는 바람에 결국 경찰에 붙잡힌다. 경찰과 함께 나타난 아들을 본 뒤 미소를 띠며 하늘을 본다. 그녀는 자유를 찾은 새처럼 편안해 보인다. 동서고금 자식은 유일한 빛이다.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지금도 가정폭력은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볼모라서 선뜻 두고 도망가지도 못하고 맞고 사는 여자들. 극소수 남자들. 아이들과 같이 도망가거나 혼자 도망가거나, 폭력을 오랜 기간 참다가 남편을 자식과 함께 죽이거나, 혼자 죽이거나, 비극은 상존한다. 특별한 이벤트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매일 긴장하고 살며 폭력에 상시적으로 노출된다면 제정신으로 살기 어려울 것 같다.
영화를 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인자하기까지 보이는 아줌마, 주인공이 '살의'를 품어야 한다면 얼마나 남편이 괴물이었으면 그랬을까. 폭력은 결혼 초기에 드러나지 않나? 연애 초기에도. 나중에 드러나더라도 도망도망도망도망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