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유재선
배우 정유미, 이선균
코를 골며 자는 남편.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으며 '누가 들어온 거야?' 집 안으로 누가 침범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누군가는 몸 속을 침입했다. 무당이 말하길 남편 머리에 누가 들어가 있다고. 최근 죽은 누군가를 찾아보니 아랫집에 살던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은 점점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되어 병원을 찾으니 의사는 '램수면장애'라는 진단을 내린다. 일종의 몽유병에 속한다. 약을 처방 받았으나 이상행동은 계속 되고. 아내는 친정엄마가 가지고 온 부적을 붙인다. 그런데 아이를 낳은 후 아이를 지키려는 강박이 심해지면서 점점 악화되어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그 사이 남편은 치료를 꾸준히 해서 호전됐다고 말하지만 아내는 더욱 상태가 나빠져 있다.
아내는 사람이 사후 영혼이 가야 하는 시간에 제때 가지 못 하면 이승에 머물며 남의 몸에 들어가서 산다면서 오늘밤 영혼이 갈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 말한다. 그래서 남편의 몸에 있는 영혼을 내보내려고 죽은 할아버지의 딸을 협박하며 귀신에게 나가라고 명령한다. 잠시 남편은 아내의 뜻대로 귀신이 나가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아내는 이제 됐다면서 남편 옆에서 깊은 잠으로 떨어진다. 다시 코 고는 소리.
그런데 어찌 그 코 고는 소리가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남편이 수면 중 코를 고는 소리와 똑같다. 오오. 소름이 이때 팍 끼친다. 남편에게 있던 귀신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아내의 몸 속에 살고 있었든가, 아니면 오늘밤 아내의 몸으로 옮겨 간 것인가. 마지막 장면에서 소름 확 끼치게 했으니 영화는 성공했다. 미스터리 영화니까.
귀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없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난 있다는 쪽이지만 멘탈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못 들어온다고 믿는다. 무당이 된 사람들 보면 무병을 앓다가 신내림을 받고 신의 목소리를 내며 칼 위에서 춤추는 걸 보면 없다고는 말을 못 하겠다. 신이 들어오거나 칼 위에서 춤을 출 때 본 그 눈은 너무 소름 끼쳤다. 영상으로 봤지만 눈이 이글이글 타면서 혼을 빼갈만큼 강렬했다. 착한 귀신들은 다들 저세상으로 가는데 무슨 한이 그리 많아 이승을 떠도는지. '귀신도 안 물어갈 놈','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둥, 귀신, 영혼 관련 말이나 영화들이 있는 걸 보면 귀신은 있다?
귀신이 있고 없음을 명확한 증거로 밝히지는 못 하지만 있다고 믿는다고 해서 사방팔방 부적을 붙이거나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다. 스스로 건강한 멘탈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나도 몇 번 점을 보러 간 적도 있는데 그때는 굉장히 불안할 때였다. 마음이 불안하면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이다. 지금도 미래의 불확실한 것들에 대해 궁금한 것은 많지만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지는 않다. 마음의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너무 불안하고 한 치 앞이 안 보일 때는 그들에게라도 조언을 들을 수도 있지만 매사에 물어보고 결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의 선택에 맡기지 않고 내가 선택하고 싶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아내는 불안으로 인해 불안에 잠식당한 경우이다. 있다고 믿으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싸우면서 더욱 불안에 떨게 되고 결국 자아마저도 사라진 자리에 귀신이 들어와서 살게 된 건 아닐까. 어쩌면 남편은 단순 수면장애였을 뿐인데 아내는 불안으로 인해 점점 미치광이가 된 게 아닐까. 우리는 불안사회에 살면서 날마다 불안해한다. 많은 정보들 속에서 건강한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불안 속에 자신이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