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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Nov 08. 2023

보 이즈 어프레이드

감독 아리 에스터

배우 호아킨 피닉스, 패티 루폰


  아기가 태어나는 걸로 시작된다. beau(보)가 태어났다. 현재 보는 중년의 나이. 중년치고는 머리도 많이 빠지고 몸상태도 안 좋다. 정신 건강은 더더욱 안 좋다. 정신과 의사가 묻는다.


"엄마가 죽기를 원한 적 있나요?."

"아니오."

"그러길 바라는 동시에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 이상한 거 아니다. 이런 감정은 공존할 수 있고 그래서 그런 생각을 나누기 위해 병원에 온 거다."


 그리고 보에게 불안을 낮춰주는 약을 처방한다. 보가 사는 세상은 보에게만 특별히 위험한가? 아니면 우리에게도 위험하지만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보는 깊은 잠을 자지 못 하고 몇 번이나 일어나는데. 누군가 그의 깊은 잠을 방해하는 건지, 아니면 혼자 헛것을 보는 건지. 아마도 그의 망상이 아닐까 싶다. 엄마의 집에 방문하기로 했는데 허둥대다가 가방과 열쇠를 잃어버려서 가기 어렵다고 말하자 엄마는 갑자기 냉정해진다.


"옳은 선택을 할 거라 믿는다."


우리도 가끔 자녀에게 이렇게 대꾸할 때가 있다. 즉 알아서 해라. 너의 판단을 지켜보겠다. 약 잘못한다면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의미?


 뭐가 옳은 선택이냐고 되묻는다.  결국 보는 엄마에게 가겠다고 말한다. 엄마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서.

정상적인 분위기라면 잃어버린 열쇠부터 찾아라. 아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해야 하는데 엄마는 겉으로는 됐다고 하면서 화난 말투인 걸로 보아 이 둘의 관계는 문제가 있다.


 영화 속에서 엄마와 아들의 만남은 뒷부분에 한번 나온다. 그전에는 어릴 적 엄마와 있었던 일을 상상할 때 등장한다. 독은 의 불안한 정신세계를 현실과 망상으로 뒤섞어 보여준다.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전해 들은 보는 또한번의 정신분열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보를 친 운전자는 그를 데리고 간다. 보는 덩치만 컸지 어린아이와 같다. 보가 머무는 장소들도 보의 머릿속인지 실제인지 헛갈린다.


 우리가 현실에 사는 것 같지만 머릿속으로는 얼마나 많은 유영을 하고 있는가. 이 사람도 만나고 저 사람도 만나고,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갔다가, 여기저기 하루에도 안 가는 곳 없이 돌아다닌다. 책감이란 걸 등에 지고.


 보는 아버지가 죽은 이유가 복상사란 걸 엄마로부터 듣는다. 그는 평생 두려움 때문에 단 한 번도 여자와 관계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부고환염을 앓고 있어서 비대한 고환을 갖고 있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살아온 그가 어릴 적 잠시나마 좋아한 여자들이 엄마 주변에 산다는 걸 알았다.  마사는 보모였고 일레인은 같은 또래인데 엄마회사 직원이었다. 이것까지도  엄마의 계획이라면 왜?


 이 영화는 거의 막바지에 달해서 보와 엄마의 대화 속에서 모든 실마리가 풀린다. 엄마는 아들 보에게 과도한 집착을 하였고 그것이 보가 정신병에 걸린 원인이었다는 것을. 우리도 가끔 느낀다. 부모라는 존재가 울타리이면서도 구속이란 것을. 태어나서 엄마라는 달콤한 젖과 꿀을 먹으면서 그녀의 세계에 잠식당하기 일쑤이다. 자라면서 그 강력한 틀을  깨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평생을 노력해도 그녀가 쳐놓은 그물은 언제나 거미줄처럼 여기저기에서 나타난다.


 엄마가 말한다.

'우리 엄마는 나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내 몸에 불이 붙어도 밟아 끄려고 하지 않았을걸. 사랑할 가치도 없단 거지. 사랑 받아 본 적도 없어. 나의 행동, 나의 진실한 모습을  부정하고 덮어서 질식시켜 죽여버려. 자기 엄마한테 당한 걸 내탓으로 돌렸어. 너에겐 그러지 않겠다 다짐했어. 내 모든 사랑을 주겠다고."


 그러나 그녀는 자립하고 독립하려는 아들의 행동을 배신으로 여겼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자 슬픔과 증오로 변해갔다.


 영화를 두 번 보는 경우는 잘 없는데 이 영화는 두 번 보면 더 볼거리, 알거리가 많다. 아들이든 딸이든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번쯤 내사랑이 건강한지 알고 싶다면 영화 속  엄마의 '대사'를  들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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