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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Nov 27. 2023

거미집

 제목만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영화 속에 또 한 편의 영화가 있는 걸 액장형 구조라고 하나? 영화를 만드는 감독 송강호가 결말 장면을 바꾸기 위해 이틀간의 촬영 일정을 잡는다. 배우들도 불만이고 제작자도 불만이다. 얼마나 걸작이 나오려고 이리 성가시게 하느냐고 모두 투덜댄다. 애초 7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영화 속 영화도 70년대 대사처리 방식을 흉내낸다. 70년대 배우들의 발성은 성우들이 더빙을 따로 한 건지, 실제 배우 목소리들도 뭔가 살짝 떠 있으며 억양도 이상하다. 예전에 사랑손님과 어머니(1961년) 영화에서 옥희와 엄마가 나누는 대사를 듣다 보면 옥희같은 경우 어른이 아이 목소리를 흉내내며 억양도 어색하게 발성한다. 그런데 최근 1990년대 최민수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최민수는 좀 자연스러운데 다른 배우들의 발성이 상당히 어색했다. 지금과는 또 다른 발성이다. 얼마전 넷플릭스의 '정이'라는 영화에서 강수연 배우의 발성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상당히 어색한 걸 느꼈다. 영화에서는 영화를 찍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일부러 어색하게 발성하는게 은근 웃긴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가 많아서 재미있게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코믹영화가 억지 웃음을 유발하지 않고 자연스러울 때 진짜 재밌다.


 이 영화는 현실과 영화가 다르지 않다는 걸 영화 밖과 안을 비추면서 잘 보여준다.사람보다 돈이 우선되고 자신의 욕망이 우선 되는 걸 보여준다. 영화제작사를 물려 받은 백사장은 남편이 영화촬영장 화재로 넘어졌을 때 남편 구조보다는 금고로 달려가 돈을 챙긴다. 당시 조감독이었던 송강호 역시 감독 사무실에 들어가서 원고부터 챙긴다. 그 원고로 데뷔를 하게 되고 현재의 위치에 선다. 또 영화 안팎에서 바람 피우는 오정세, 자기 아이를 임신한 걸로 알고 크리스탈을 과보호 했지만 결국 남의 자식이라는 걸 알게 된다.


 원래 신파로 끝나야 할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겠다며 감독과 배우들이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그 속에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심이 잘 드러나게 만든 한 편의  부조리극이다. 70년대나 지금이나 계속되는 국가의 검열과 자본의 통제에서도 예술작품을 완성하겠다는 예술가의 고충도 잘 드러난다. 특히 송강호가

'평론은 예술가가 되지 못한 자들의 예술가에 대한 복수다.'라는 말에서  평론가들의 혀에서 얼마나  예술가들이 상처받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예전에 시를 읽다 보면 문학평론가들의 시해설이 더 어려운 경우도 있고 해석이 이상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평론가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영화평론가들이 똑같은 영화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린다. 그것은 영화취향이 다르고 주관성이 높은게 평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론가의 말도 그냥 참고만 하면 되지 그가 신은 아니다. 즉 십인십색, 호불호는 다 다르다.

 

 왜 제목이 거미집일까? 그것은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안다. 마지막 부분은 굉장히 시적이라고 느꼈다. 시는 함축되어서 의미를 전달한다. 감독 송강호가 이틀간 소동을 벌이며 영화의 엔딩부분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결국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허무, 혹은 살아있을 때도, 죽어서도 갑옷처럼 입고 있는 구속, 억압 빗대어 표현한 건 아닐까라고 해석해 봤다.

다음 포털에서 캡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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