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는 1952년에 태어나2023년 3월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2022년 9월 8일부터 15일까지 8일간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는 2014년에 중인두암이 발병되었고 2020년에 직장암이 생겨 투병생활을 하다가 결국 올해 하늘나라로 갔다. 그렇다면 이 영화 촬영을 위해 피아노 연주를 할 당시에도 몸이 많이 안 좋았을 텐데 영화를 보는 동안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피아노 앞에서 매우 평온해 보였고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단정한 머리와 옷, 까만 안경, 까만 옷과 구두. 하얀 건반과 검은 건반, 검은 피아노와 하얗게 보이는 조명. 무대 위에 보이는 색감은 까만 바탕에 하얀 조명과 흰 건반만 보인다. 흰색과 검은색만 보고 있으면 참 단순하면서도 고요해진다. 그 속에서 울리는 피아노 소리. 원래 음악 감상을 할 때 눈을 감아야 집중이 잘 되는데 이 영화는 눈으로 보면서 들어야 한다. 그의 표정과 그의 손가락이 터치하는 건반을 보면서 집중해야 한다. 그는 무겁게 칠 때는 이마에 주름을 많이 긋기도 하면서 인상을 찌푸린다. 또는 가볍게 칠 때는 머리를 까딱까딱하며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띄운다.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다 보여준다. 어깨도 흔들흔들. 몸과 피아노가 하나가 된다.
아주 담백한 선율만큼이나 깨끗하게 한 음, 한 음을 천천히 친다. 때로는 아주 느릿느릿하게 '너희들, 왜 그리 바쁘냐. 천천히 살아.'이런 얘기를 하는 듯하다. 맞아. 너무 바빠. 뭐든 빨리 해치우려하지. '아니야. 너무 빨라. 천천히 해.'자꾸만 달리는 나의 옷자락을 잡아채듯한 시간 이상 그렇게 연주는 계속된다. 이제 드디어 나와연주자는 함께 까딱까딱 몸을 흔든다. 드디어 당신의 리듬에 내가 맞춰지는구나. 느릿느릿 같은 호흡을 하며.
징검다리를 걷듯 '그래, 뛰지 말자. 바닥의 돌 위를 사뿐히 밟으며 흐르는 물을 보면서 걸어야지.'2시간 동안 느린 호흡으로 숨을 쉬다가 영화관을나오자마자 달음박질에다가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팍팍 걸어내려 가는 걸 보며 '안돼. 느리게 가야 한다구.'라고 말해보지만 내 몸은 이미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너무 빠르게 달리는 것에만 적응이 된 현대인의 고질병, 불치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