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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Jan 03. 2024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을 보고 왔다. 3편이 니버스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3편의 이야기는 중심 인물이 누구냐만 달라지고 동시간에 일어난 일들이라서 흥미로웠다.


처음 이야기는 '엄마'가 주인공이다. 아들 미나토를 데리고 사는 싱글 엄마. 미나토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엄마의 관찰에 의하면 분명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라 판단되어 학교에 가서 따지게 된다. 이때는 엄마의 눈이 곧 관객의 눈이 되어 담임을 의심하고 요리라는 아이도 의심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담임이 주인공이다. 1편에서 의심스러웠던 담임의 행위는 엄마의 오해라는 게 밝혀진다. 미나토가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거짓말이 번져서 담임은 학교에서 퇴출되고 만다.


세 번째 이야기미나토와 요리가 주인공이다. 요리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지만 마음 약한 미나토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 하지만 몰래 요리와 친해진다. 둘은 자신들만의 아지터에서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해방감을 느낀다. 미나토는 싱글맘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요리는 아버지가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다며 폭력적으로 대한다. 그런데 미나토와 요리는 서로 사랑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엄마와 담임이  폭우가 쏟아지는 날 둘을 찾아 헤맨다. 나쁜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아지터해가 비치자 둘은 밖으로 뛰쳐 나오며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아마도 감독은 그들은 그들의 세상에서 살 자유와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누구도 남의 시선에 갇혀 감옥같이 살거나 삶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영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봤다.   "일본 사회에서 아직도 성적인 부분에 대해 문제가 많다. 기본적으로 아직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성혼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가족의 형태나 부부의 형태, 사랑의 형태에 대해서는 적어도 정치적, 사회적 면에서 매우 좁게 정의한다"


"영화를 통해 일본제도를 비판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인간 안에서 쓰이는 일반적이라는 말이라든가 극 중 호리선생님이 자주 쓰는 남자다움이라는 말이 얼마나 많이 나오나 보라. 그런 말들은 상처를 주기 위해서 쓰는 말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인데 그래서 더더욱 듣는 소년들에게 억압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다."


 "가해하지 않았지만 받는 사람은 해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중시하고 싶다. 영화에서 무언가 건져내야 하는 게 있다면 이렇게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 이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news1.2023.11.22에서 발췌)


 옴니버스 영화인데 동시간대에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면서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실체의 전부인가. 말하지 않거나 속이는 것들에 의해 잘못 판단하고 오해하는부분이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전부 진짜라고 믿고 나의 판단이 최선이라 믿으며 살아온 것에 대해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함부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를 알고 더 신중하게 임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냥 말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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