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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Jan 09. 2024

독친

 독친. 일단 무슨 뜻일까? 독하고 미쳤다?


 장서희 배우가 나와서 몰입감 있게 이야기를 진행시켰고 스토리도 괜찮았다. 장서희의 딸은 학급의 반장이고 모범생이다. 엄마는 먹기 싫다는 우유와 등 푸른 생선을 아침마다 딸에게 먹인다. 딸은 생선 알레르기가 있는데 차마 엄마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 엄마는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핸드폰까지 동기화해서 딸의 사적인 영역까지 들여다본다. 딸은 그런 엄마 때문에 숨이 막힌다. 결국 자살을 위해 모인 만남에서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만다.


 엄마는 딸의 그런 선택을 절대 믿지 않고 경찰을 닦달하여 빨리 범인을 잡으라고 재촉한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딸이 엄마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친한 친구와도 헤어질 것을 강요하고 헤어스타일도 맘대로 하려는 엄마를  독친이라고 불렀다.  독이 되는 부모, 그런 엄마를 떠나기 위해 딸은 위험한 선택을 했다.


 또 한편으로는 담임, 기범이 나온다. 교사라는 직업이 못마땅한 아버지가 가족들 모임에서 계속 망신을 준다. 그는 영화의 끝부분에 자신을 모욕하는 아버지의 얼굴에 음식을 들이붓고 나온다. 담임은 이제 아버지를 벗어나 자신의 삶을 선택했다. 그러나 딸 유리는 오히려 자신을 버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담임 기범의 태도를 통해 독이 되는 부모를  벗어나는 방법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대할 때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극정성이겠지만 아이라는 이유로, 미숙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아이를 병들게 하는 것은 어른들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잔소리를 무지하게 싫어한다. 왜냐하면 개인의 선택권을 자꾸 박탈하려고 하니까.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게 자유니까. 자유를 구속하고 억압하면 병이 든다. 좀 순한 아이일수록 어른은 더 자기 맘대로 할 확률이 높다. 반항아들은 소리 지르고 대드니까.  갈등이 두렵거나 내가 모욕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어른들도 귀찮아서 괴롭히지 않는다. 성정이 순한 아이들에게 더욱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그들은 잘 표현하지 않고 갈등을 싫어하기 때문에 말 잘 듣는 아이로 보이지만 느끼는 감정은 똑같아서 속병이 생긴다. 우울이나 화병.


 아이를 가진 어른들은 한 번쯤 볼만하다. 나의 사랑이 누군가에게 독이 되면 안 된다. 그 독은 상대방을 서서히 죽게 만들기 때문이다.

(독친, 다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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