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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Dec 26. 2023

노량:죽음의 바다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을 담은 영화인데 실망이다, 망작이다, 국뽕이다 등 혹평도 있지만 영화는 누구의 평이 중요하지 않다.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좋다고 해서 봤는데 난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나 역시 전쟁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갈까 말까 하다가 요즘 영화관에서 보는 취미가 생겨서 한번 가봤다. 명량, 한산에 이은 최종 마무리작이 노량이라고 한다.  김한민 감독이 3부작으로 완성한 전쟁영화이다. 찾아보니까 영화 봉오통 전투에도 각색, 제작, 기획으로 참여한 바가 있고  영화 최종병기 활의 감독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쟁 액션 장면은 잘 만들 거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북소리가 울린다. 둥... 둥... 명나라는 일본이 조선을 통과하여 자기들을 치러올까 봐 조선을 도우러 왔다. 전쟁이 거의 막바지에 달해서 이제 그만 일본에게 퇴로를 열어주자고 하였으나 이순신은 여기서 돌려보내면 또 전쟁이 일어난다며 끝까지 섬멸해야지 다시 쳐들어오지 못 한다고 전쟁을 계속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이순신이 먼저 출격을 하고 명나라는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치열한 전투를 보면서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자신들도 위험을 느껴 출격하게 된다. 배와 배가 부딪히면서 병사들이 월선하여 조선과 일본 병사들이 배 위에서 서로 총과 칼로 싸운다. 죽고 죽이며 시체가 쌓이고.  본군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들이고 조선군 역시 한 생명인데 무참히 지고 스러진다. 얼마나 치열하게 그들이 살기 위해 또 죽이기 위해 싸웠는지를 한참 동안 보여준다. 장군의 돌격하라는 외침에 무조건 나아가서 죽이고, 피하고, 죽이다가 결국 죽는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이순신은 그의 배에 올라온 일본군과 우리 병사들이 무참히 죽고 죽이는 것을 보면서 잠시 죽은 아들의 환영을 본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싸우다가 죽은 장군들도 눈앞에 선하게 보인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 전쟁에서 질 수 없다. 북채를 들고 북을 두드린다. 북은 10분 이상 계속 울리는데. 그 북을 실제 이순신이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북소리는 이순신의 마음이다. 꼭 이기고 싶다. 아들을 잃은 슬픔, 자신과 함께 했던 장군과 수많은 우리 병사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와 함께 일본놈들에게 유린당한 민중들을 위해 북을 죽으라고 팬다. 왜적을 모두 박살내고 싶다는 간절한 기도였다. 아아. 영화 보면서 코끝이 찡긋하고 눈물 난다.  그냥 한 인간의 기도와  삶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결국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순신의 얼굴을 보면서. 슬펐다.

 그의 마음을 듣고 싶으면 가서 북소리를 들으라고 말하고 싶다. 북소리가 이 영화에서는 압권이다. 아주 꼭 필요하고 아주 잘 쓰였고 영화 전반에서 시작하여 엔딩 크레딧까지 울리며 북소리로 장렬히 마감됐다. 북은 우리나라 전통악기이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북소리가 그렇게 아름답게 들린 적은 없었고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너무나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 둥... 둥...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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