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아저씨를 보지 않았다
기생충, 잠, 커피 프린스, 끝까지 간다
몇 개의 영화를 봤고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연예인 중의 한 명일 뿐
그런데 이건 아니지
어제까지 당당히 경찰서 앞에서 얘기했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요구했고
경찰의 부당함에 대해 의견서도 제출했고
끝까지 싸웠어야지. 그의 잘잘못을 떠나 그냥 인간 이선균을 계속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는 몰랐을까
더 버텼어야지. 더.... 나와 우리를 위해
이선균은 그냥 연기 잘 하는 배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왜.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
한 해를 하루 남긴 오늘, 눈이 펑펑 내리는 걸 보면
그도 이 눈을 볼 자격이 있는데, 눈을 보며 멍한 생각에 잠길 자유가 있는데
나의 슬픔엔 분노가 있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사회적 타살이기 때문에
언론과 경찰이 그를 몰아치지만 않았다 해도
그는 잘못한 것만큼 책임지면 되는데 온몸을 발가벗긴 채 잡도리를 하여
죽음으로 내몰았다
아니라고 할 수 있나?
검경과 언론이 썩으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 앞에 시현된 이 참상으로 인해 우리는 무기력에 빠지고 공포에 숨 죽이며 슬픔에 젖지만
분노는 응축되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ㅡ 가슴 아픈 이들과 함께 그를 추모하고 싶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