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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Mar 09. 2024

파묘

영화 '파묘'는 과거 친일파였던 박씨 집안의 자손들이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자 무당'화림'이 묘를 파서 이장하려고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풍수사 '상덕'이  '험한 물건이 나올 것 같다'며  거절하지만 결국 파묘는 이루어지고 그 안에서 악귀가 출현하고야  말았다. 무덤에서 나온 악귀는 증손자에게 빙의되어,


장하도다, 반도의 청춘들이여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소리가 들리는가

전진하라 황국의 아들들이여

욱일기 빛나는 햇살에 

대동아 새로운 통일을 위하여

너희의 씨를 위대한 황국에 바쳐

라고 외친다.


그렇다. 그는 일본 식민지하에서 젊은이들을 선동하여  대동아 전쟁터로 내몰았던 인물이다. 식민지 아래 축적한 부는 자손으로 이어져서 지금까지 '그냥 부자'로 불리며 잘 살고 있다. 이들은 해방 이후 경찰, 국회의원, 경제재벌, 언론재벌, 사학재벌 등 요직을 차지하며 부를 세습하여 자본주의 하 신흥 지배계급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일본이 호시탐탐 우리나라의 주권을 침탈하는 것에 대해 침묵하거나 동조한다. 오히려 틈만 나면 일본 편을 들고 자기 나라 국민을 무시한다. 이들의 정신적 지주는 여전히 일본이다.


박씨의  무덤 안에 묻혀 있던 하나의 관에서  일본 귀신이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과 연결된다.

무덤에서 나온 일본 귀신도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는다' 말을 반복한다.  이는 우리나라 지형을 호랑이 형상에 비유하여 허리 부분에  쇠말뚝을 박아  정기를 없애고자 했다는 설이 있다.  박씨의 무덤 안 일본 왜장의 관이 쇠말뚝처럼 곧추 세워져 한반도의 운기를 꺾고자 했던 것이다. 해방 이후 8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친일파들이 득세하여  혼탁한 세상이 된 건 바로 그 때문일까?

 

 영화 말미에 일본귀신을  없애고자 '상덕'이  무덤으로 들어가서 '쇠의 상극은 나무'라고 하면서 젖은 나무로 관을 때리자  악령사라지는데 이는 흡사 일제 잔재를 뽑아내는 한판의 굿을 보는 것 같아 속이 시원했다. 이런 카타르시스 때문에 영화 '파묘'의 흥행이 계속되고 있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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