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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Mar 09. 2024

사랑에 빠진 것처럼

 자본주의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자본주의의 민낯, 실체를 보여주는 영화 '사랑에 빠진 것처럼'에는 3명의 인물이 나온다.  

 자본을 가진 자로 대변되는 할아버지 '타카시'는 외모도 인자하고 제자에게 존경받고 옆집 할머니가 흠모하는 인물이다.

 반면 카센터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  '노리아키'노동자이며 여자 친구를 의심하고 거칠게 행동하여 폭력적인 면도 보인다.

그의 여자친구  '아키코'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어 몸을 파는 콜걸이다

 이 세 인물의 구조상 가장 상층에  있는 할아버지는 따뜻한 수프와 와인을 차려두고 그녀를 기다리는 나름 매너 있는 구매자다. 거칠지 않고 품위도 있으며 멋스럽게 행동한다. 손을 다친 그녀를 위해 약국에 뛰어갔다 오고 남친을 피해 도망온 그녀를 따뜻이 맞이하그녀의 남친에게는 경륜 많은 어른으로서 조언도 해준다.  그의 행동만 보면 천사로 오해하기 딱 좋다. 그러나 천사같은 행동 뒤에 손녀같은 딸을 살 수 있는 자본의 힘을 마구 휘두르는 악마성을 가졌다. 마치 자본주의의 화려함 뒤에 보이지 않는 가난한 약자들에게 약탈이 일어나는 것과 다름 없다.

 카센터에서 일하는 남친은 자본을 가진 할아버지에게 여자친구를  양보 혹은 탈취당하는 바보 아닌 바보가 되어 버렸다. 여자친구를 괴롭히고 쫓아다니는 스토커로 비치지만  알고 보면 가장 피해자다. 그로 인해 남자와 여자는 갈등하며 다툰다. 사실 둘은 자본가가 내려보는 링 위에서 싸우는 최대의 피해자다.  가장 약체끼리 죽으라고 싸우는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키코, 그녀는 모처럼 도쿄에 올라와 역에서 손녀를 애타게 기다리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택시 안에서 몇 번이나 내릴까 갈등하지만 결국 콜을 한 할아버지에게 간다.  '돈'에 자유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때문에 남자친구와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하고  '돈'때문에 할머니와 같이 따뜻한 저녁을 먹을 수도 없다. 그녀의 현실을 가장 보여주는 장면 역시 택시 뒷좌석에서 정신없이 자는데 라디오에서  계속  중화요리 음식광고가 흐를 때다. 먹고 살기 위해 몸까지 팔아야 하는  자본주의의 차가운 단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찾아간 곳은 자본으로 따스한 온기가 충만한 곳이었다.   자본으로 무장한 할아버지의 온기에 익숙해질 때 갑자기 창문으로 화분이 날아든다.  유리조각을 피해 비굴하게 몸을 낮추는 할아버지보면서 환상이 깨진다.

 "그래, 잘못이 없다면 저렇게 구석으로 몸을 피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소리를 질러야지." "야, 어떤 새끼야!" 이렇게.  

이제까지 그가 보여준 친절은 위선이었음이 드러났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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