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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Apr 06. 2024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이시바시 에이코'가 음악에 맞는 라이브 퍼포먼스용 영상을 찍어달라고 해서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상을 극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나온 영화다. 퍼포먼스용 영상은 기프트라는 제목으로 별도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음악이 먼저였지만 결국 극영화이기 때문에 스토리가 있는 건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개연성 없이 펼쳐지기 때문에 혼란스러워진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서 감독 인터뷰를 찾아보면  '어떻게 느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제가 한 명의 영화 팬으로서 영화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 잘 모르겠는 것, 그래서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 이런 것들이 영화가 기리는 힘이자 영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준다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유튜브, LG OLED, 영화감독을 만나다, 하마구치 류스케, 씨네 21)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자연에는 선과 악, 정의가 없다. 악은 어디에든 존재하지만.  이러한 통념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싶었다.

 즉, 자연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에는 선과 악이 없지만 인간세상에는 선과 악이란 규범이 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정의할 수 있는가?라는 의미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의 갑작스런 행동은 거의 동물적 행동이다. 영화에서 '사슴은 평소에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으나 총에 빗맞았을 때는 사람을 공격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타쿠미'가 치명상을 입자 갑자기 돌변했다. 사실 치명상의 원인을 따지면 여러모로 같이 간 '타카하시'에게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평소라면 이성적으로 규범적인 행동을 하겠지만 '타쿠미'는 그냥 본능적으로 저질러 버렸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떠오르는 '타쿠미'집에 있던 액자, 그 속에는 아내와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지만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소름.

 골똘히 생각하면서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다시 소름이 끼쳤다. 인간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인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영화이고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들로 가득 차는 영화다.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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