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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

by 신기루

2025.1.3일. 금요일

7시에 눈 뜨자마자 공수처가 한남동 관저로 체포영장 집행을 하러 간다고 모든 매스컴에서 난리다. 7시부터 11시까지 보다가 눈이 빠질 것 같고 스트레스가 최고치. 나가야겠다. 영화관으로.

'서브스턴스'의 뜻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화할 수 있는 성질, 상태, 작용, 관계 등의 근저에 있으면서 사물을 떠받치고 있는 기본 존재'라고 다음 사전에 나와 있다.

주인공 '데미 무어'는 50세가 되어 전성기를 지난 퇴물 여배우 취급을 받는다. 어느 날, 획기적 제안을 받고 약물로 젊음을 되찾고자 한다. 통상 약물을 먹으면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하는 게 기존의 영화들이었다면 이 영화는 데미 무어의 몸에서 또 다른 멋진 여자가 탄생한다. 그러나 7일을 주기로 생명을 부여받는다. 7일간 활동을 하고 나머지 7일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로 숨만 쉬면서 생존한다.

서로 7일씩 잘 교환하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누가 나쁜 마음을 먹고 하루씩 연장하며 산다면 나머지 한 명에게는 신체의 노화를 가져다 준다.

결국 한 명이 무리하게 3개월씩 연장해서 살면서 나머지 한 명은 반죽음 상태가 된다.

이 상황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은 데미 무어에게 있다. 중지를 하다가 마지막 마무리를 못 하는 바람에 젊은 여자 '수'가 살아나서 둘이 격투신을 벌인다. 대부분 여기서 영화는 끝난다. 둘이 죽든가, 하나만 살든가.

그런데 이 영화는 살아난 한 명이 다시 재활성화를 해서 어마어마한 괴물이 탄생한다. 괴물의 모습도 재미있고 이야기의 전개도 빨라서 2시간 2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조금 유치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절대 몬스터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데미 무어 또한 아름다운 신체를 위해 엄청난 돈을 몸에다 쏟아붓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녀가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사회에 경고를 하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자체가 흥미로웠고 전라도 서슴지 않고 촬영한 것도 놀라웠다.

특히 활성 개체 '수' 역시 아름다운 몸매와 얼굴이 화면을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육체에 모두 매혹 당하지만 우리의 신체는, 당신의 몸을 보면 알 듯이 시간과 함께 노화된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생기는 각종 병폐들을 너무 잘 알 것이다.

영화 '서브스턴스'는 오랜만에 '데미 무어'의 연기를 보아서 좋았고, 혼신을 다한 그녀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예쁜 활성 개체 '수'도 눈을 너무 만족시켜 주어서 좋았고 연기도 물론 훌륭하다.

'몬스터', 괴물의 탄생과 함께 그 괴물을 불러들인 많은 남자 관객들이 피칠갑이 되는 것도 볼만하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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