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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글모음

화선지

by 신기루

84세 할머니가

서예를 배우러 왔다

땡볕에 혼자 가는 게 안쓰러워

차를 태워줬다

혼자 사는 것 같아

국수나 먹자고 했다

둘다 손에 먹물을 묻힌 채

먹는 모습이 웃겼다


할머니가 먼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했다

짜장면을 말끔히 싹 비우셨다

감기에 걸렸는데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고


할머니는 친구가 생겼다며 어린애처럼 웃는다

엄마를 보는 것 같아서 좋았지만

너무 빠르게 빨아들이는

화선지 같아서

무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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