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모가 갑자기 어지럽다며 기력이 쇠해져서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되었다. 극구 '같이 살기는 너무 힘들 것이다'라고 말해도 남편이 효자 마인드를 들이대며 ' 해야만 한다, 할 수 있다'로 설득을 하여 용감하게(?) 실행에 옮겼다. 많은 지인들이 ‘힘들 것이다, 나는 절대로 못 한다, 대단하다, 효녀다’라는 부담스러운 말들로 괴롭혔다.
결국 6개월 만에 손을 들었다. 혼자 있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나에겐 혼자만의 공간이 없어진 것이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도, 저녁에 퇴근을 해도 계속 같이 생활하는 건 너무 불편했다. 그렇다고 다른 공간을 마련할 처지는 못 되었다. 그래서 동생들과 층을 달리하며 지내는 원래 엄마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동생이 둘이 있지만 거의 평생을 나만 의지하면서 사는 엄마. 같은 집에 살지만 생수까지 나한테 주문을 하는 엄마이다. 아무도 엄마가 필요한 게 무엇이며 해 주려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 산다고 해도 상대방이 무엇이 필요하며 무엇을 소원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같이 사는 게 아니다.
평생 남편한테도 의지하지 못하고 배려받지 못 한 엄마의 처지를 생각하면 항상 딱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아래, 위층에 살면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신세. 오죽하면 큰딸에게 생수를 구입해 달라고 미안해하며 말을 해야 할까. 그런 엄마의 처지가 안쓰럽다. 생수가 무겁다 보니 3층까지 누군가 갖다 줘야 한다. 주변에 마트는 모두 소규모이고 배달을 해 주지 않는 동네에 살고 있다. 우리도 인터넷몰에서 생수를 주문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누군가는 주문을 해야 한다.
나는 배려를 너무 지나치게 하는 사람에 속한다. 그러다가도 화날 때가 있지 않은가. 화 내봤자 혼자만 속앓이를 한다. ‘남보다 못한’이란 말이 있다. 피붙이가 남보다 소통이 안 되고 위로가 안 될 때가 많다.
원래 엄마는 멀티맨이고 아버지는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집안이었다. 부딪힌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엄마만 고장 난 스피커처럼 왕왕 짖어댔다. 벽에다가 고함치는 것처럼 소통을 원하는 엄마와 소통을 못 하는 아버지. 누가 누구를 닮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DNA가 100프로는 아니지 않은가. 물론 사자는 사자를 낳고 고양이는 고양이를 낳고 개는 개를 낳고..... 이것은 진리이지만.
한 달에 한번 생수를 시킬 때마다 화가 난다. 있으나 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