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신기루

사람 간의 정이 인정이다. 인정은 서로 소통을 잘할 때 생긴다. 인정 없는 놈. 자기밖에 모르는 놈. 이런 욕을 할 때 인정이란 말을 쓴다. 사람 간에 기대하는 바가 있는데 그걸 채우지 못할 때 인정 없는 사람이 된다. 평소에 자주 산책도 하고 밥도 같이 먹는 사이로 지낸 지인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정작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아팠는데 수술 전이나 후에 ‘잘 되었나, 괜찮나’ 전화 한 통화 안 해준 언니랑은 사이를 끊었다. 가끔 이건 아니다 싶은 사람은 절교를 한다. 정이 떨어져서이다. 보고 싶은 정, 마음 주고 싶은 정이 없다면 굳이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고 싶을까.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정말 옆에 있어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 순간에 자기 일이 우선인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이 내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비수가 되어 어느 날 섬뜩하게 빛을 발한다. 그때 우리는 이별이란 걸 한다.

그런데 가족이란 이름 아래 일방적으로 퍼주는 관계가 발생할 때가 있다. 사람 관계에서 물질이 많은 사람은 물질을 줄 수 있다. 없는 사람은 감사한 마음을 보이면 된다. 말하지 않는 건 그런 마음이 없는 거다. 서로 주고받는 소통 과정에서 인정이 쌓이는 건데 어느 한순간 정이 뚝 떨어진다. 그냥 형식적인 관계가 된다. 남들이 가족이라고 하니까 껍데기만 가족이지 속 알맹이는 푸석대는 먼지만 날린다. 건조한 관계가 되면 즐거움이 사라진다.

아이들에게 항상 고맙다, 미안하다를 적절한 때에 꼭 말하라고 가르친다. 가장 쉬우면서도 상대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을 왜 하지 않는가. 아부하라는 것이 아니다. 뭘 받으면 고맙다, 뭔가 상대에게 잘못했을 때 미안하다는 말을 해 줘야 서로 앙금이 쌓이지 않는다. 말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 말 안 해도 알겠지라는 것은 자신이 귀찮아서 안 하는 것이다. 백번이라도 고맙다, 미안하다 말해야 된다. '너무 미안하니까 말을 안 하는 거지', 세상에 그런 말이 어디 있나.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니까 말을 안 하는 거다. 모르는 건 죄악이다. 몰라서 저지르는 죄는 죄가 아닌가. 무지로 인해 벌어지는 악행들이 얼마나 많은가. 무지한데 극도록 이기적인 것은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자기 자신만 알고 살아가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옆도 보고 앞도 보고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하면서, 가정에서도 자기 역할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고 인정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보통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쓴다. 인정머리 없고 남한테 해만 주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빠른 손절은 주식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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