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끼기

by 신기루

두 아들이 있다. 하나는 뭐든지 엄마한테 물어보고 상의해서 정한다. 그랬을 때 결과도 항상 좋았다. 또 하나는 서로 잘 안 맞다. 우리 둘 다 고집이 센 탓도 있지만 결국은 내가 진다. 첫째도 주장을 계속한다면 나는 또 질 것 같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둘의 사이가 틀어지고 서로 안 보는 극단의 사태를 막기 위해 내가 접는다. 포기하면 된다. 나의 주장을.

남편이 주장을 강하게 펼칠 때, 말도 안 되는, 말은 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는 이렇게 말한다.

"응, 알았어. 의견은 말해도 돼. 그런데 주장은 하지 마."

사실 의견만 말한다면 의견 충돌로 끝난다. 결론은 선택하는 사람이 책임지면 된다. 그런데 둘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을 때는 의견으로 그치지 않는다. 결국 한 사람의 주장이 이겨야 한다. 이런 경우는 더 오랜 시간 대화란 게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대화할 때 급하거나 화가 난다. 사실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고 해서 지구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데 기를 쓰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때는 더 치열하다. 그리고 네가 옳으냐, 내가 옳으냐를 다툴 때는 시시비비가 끝나지 않는다. 부부싸움의 주된 이유가 이런 경우이다. 이런 때에도 누구 한 사람이

"그래, 들어보니까 자기 말이 맞네. 다음부터는 그게 좋겠어."

요 정도로 끝낼 수 있으면 양반이다. 그런데 자기 잘못을 모르고 계속 우기면서 끝을 보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긴다.

"아, 도저히 모르는구나."라고 생각될 때는

"이제 그만하자. 각자 좀 더 생각해 보자."

그리고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자녀들 문제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이 대학, 이 과목, 이런 일, 저런 일 등. 그것들도 자식들 몫이라고 손을 놓으면 된다. 굳이 물어 온다면

"응, 내 생각엔 이런 경우도 있고 저런 경우도 있으니. 한 번 잘 생각해봐."

요 정도로 하면 된다.

내가 A를 선택해도 굳이 B를 선택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래, 그 길로 가 봐라. 지구가 무너지는 건 아니다."

다른 길로 가서 더 많은 꽃도 보고 새도 보고 좀 둘러둘러 가면 어떤가. 어떤 길을 가도 숨 쉬면서 가고 있으면 된다.

"살다가 너무 힘들 때는 그 일을 그만 두면 된다. 죽지 마라. 그것을 그만두어라."라고 했더니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래, 죽을 만큼 힘들면 그만두어라."

쉬다가 또 가고 싶으면 가고 이 길, 저 길 구경하다가 다른 길로 가는 것도 그의 선택이다.

빠른 길을 잘 달려가는 토끼도 있고 느리게 가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거북이도 있고.

운전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보이는 풍경이 더 멋질 때도 많으니까.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계획대로 되는 것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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