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은 그 언니

by 신기루

키가 작은 그 언니 집에 가면 밥을 얻어먹고도 배가 고프다. 아주 작은 밥그릇에 반찬도 조금, 국도 조금. 더 먹으려고 해도 밥이 없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밥을 미리 먹고 간다. 밥을 주려고 하면 먹고 왔다고 빵과 커피만 조금 얻어먹고 온다. 우리 집엔 20킬로짜리 쌀과 20킬로짜리 찹쌀을 두고 먹어도 금세 바닥이 난다. 탄수화물 중독자들인가? 그런데 그 언니 집에 가면 10킬로짜리 쌀이 부엌 한편에 있다. 저걸 가지고도 몇 달이나 먹는다고 하니. 이 집에서는 밥을 얻어먹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언니 남편도 키가 작다. 별명은 작은 거인이다. 일을 아주 잘하는 남자이다. 그 둘의 집에 가면 소인국에 온 것 같다. 작게 먹으니 생활비도 많이 안 들 것 같다. 우리가 먹는 양의 대략 5분의 1 정도? 우리 집은 먹는 데에 돈을 다 쓰는데. 문화생활, 레저, 의류 이런 것에 돈을 별로 안 쓰니까. 쓰려고 해도 없다는 것이 맞겠다.


요즘 살이 쪄서 바지가 안 맞는다. 그래서 오늘은 고무줄 바지를 샀다. 그리고 평소 입고 싶었던 브랜드 옷도 질렀다. 아주 가끔 지르면서 산다. 매일 지르면 파산이고. 그런데 기차 특실은 요즘 매일 탄다. 탈 기회가 되면. 한번 업그레이드하니까 못 내려온다. 항상 탈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일반실과 특실을 반반 섞으면 좋겠다. 특실은 너무 크고, 일반실은 너무 좁다. 별로 크게 금액 차이가 안 나는데 일반실은 너무 닭장이다. 서울 갈 때는 일반실이 14000 얼마이고 특실이 19000 얼마이다. 오천 원 때문에 그런 차별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실에서는 다리도 못 펴고 구겨 넣어진 기분으로 갈 때가 많다. 옆에 사람이 없으면 그나마 낫지만.


이런 식으로 특과 일반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들이 우리 사회에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 비행기도 그럴까? 비행기 특실에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대략 영화에서 보면 엄청 넓은 공간을 쓰는 사람들과 따닥따닥 밀집되어 구겨 넣어져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비행기도 그래서 타기가 싫다. 숨 막히게 붙어 앉아 있어야 하니까. 가뜩이나 불안한데 자리까지 미치게 달라붙어있으니까. 왜 탈것들은 모두 이 모양인가. 적당히, 모두 똑같이 쾌적하게 가면 안 되는가? 때로는 비참한 기분까지 느껴질 때가 있다. 왜 나는 저기 특실을 못 타나. 그래서 언제까지 난 저곳에 못 가나하는 생각 때문에 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넓어서 덜 피곤해서 좋긴 하지만 과거의 나를 떠올려보면 불만이다. 그냥 다 똑같은 사이즈였으면 좋겠다. 16000 얼마를 내고 동등하게 타면 좋겠다. 다리도 좀 뻗고 타고 싶다. 이런 운동은 누가 해야 할까. 차별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까. 난. 싼 거 타고 싶다.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까? 모두 싸고 편하고 넓은 좌석에 앉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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