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라 함은

by 신기루

극과 극을 만나서 살아보는 것도 행운이라 하면 행운일 것이다. 첫 번째 남편은 허세가 있다. 저축보다는 놀고 먹는 게 중요하고 친구가 가족보다 더 중요하고 자신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었다. 두 번째 남편은 실속파다. 저축만이 살길이다. 내가 보석을 좋아하는데 한 번을 안 사준다. 자기 옷도 안 산다. 내가 보다보다 못 해 사준다. 내 옷을 얻어 입기는 더더욱 어렵다. 강제로 뺏아야 한다. 생일 선물로 옷을 미리 사고 돈을 달라고 한다.

두 번째 남편은 친구보다 가족이 우선이고 친구도 별로 없고 술도 못 먹고 놀 줄도 모른다. 오로지 돈을 가장 사랑한다. 그래서 돈이 궁하지는 않다. 필요하면 준다. 많이 주지는 않는다. 통장이 텅텅 비어 가고 신용불량자도 가끔 되는 첫 번째 남편보다는 실속이 있어서 좋다. 꼭 통장이 비어서 이혼을 한 건 아니다. 소통이 안 되어 이혼한 거지. 두 번째 남편은 소통은 잘 된다. 밖에 안 나가고 매일 집에만 있으니 소통은 잘 된다. 여자처럼 재잘재잘 수다스럽다.

첫 번째 남편은 대학 캠퍼스 커플로 멋진 허우대에 반했다고나 할까. 남자다운데 마초스럽고 유아처럼 자기중심적인 게 싫었다. 가족이 액세서리가 아닌데 남들에게 보여주는 과시용일 뿐 보살핌을 못 받는 존재일 때 초라해진다. 두 번째 남편과는 항상 웃는다. 장난도 치고 눈치도 있어서 나의 감정 변화도 빨리 알아챈다. 그리고 충돌이 있을 때 서로 좋게 화해하는 것이 목적이지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두 번째 남편 역시 나라는 존재는 첫 번째 아내와는 극과 극일 것이다. 서로가 극과 극을 만났으니 행운이다. 이혼 후 첫 번째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또 실패한다. 자신의 취향을 바꿔야 한다. 나는 두 번째는 꼭 반대되는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항상 생각했다. 덕분에 자린고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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