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얼굴이 너무나 달덩어리처럼 환했다. 남부끄럽게도. 내 눈에도 그런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죽했으랴. 옆집 쌀집 아저씨가 엄마에게
'얼굴이 너무 밝아졌다'라고 하길래
'내가 남편 살아있을 때는 항상 전전긍긍하면서 살아서 그래요.'라며 환하게 웃었다고 한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엄마 얼굴은 항상 울상이었다. 아버지는 죽기 직전까지 괴롭혔다. 병 들어서 괴롭히고 마지막으로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날 폭탄선언까지 하면서.
'내가 딸이 하나 있다.'
엄마가 수술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딸에게 이 말을 전한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그냥 웃었지 뭐.'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이게 실화이다. 영화보다 더한 현실.
크게 놀란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완전한 포기는 오래전부터였던가.
그렇게 수술을 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결국 돌아가셨다. 달덩이가 된 엄마.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우리 집으로 모시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조금 괜찮을 때면 밀가루 반죽을 해 놓고 깻잎, 부추를 준비해놨다. 바로 구워서 먹어야 한다고 재료만 대기하고 있다. 나는 대충 씻고 뜨거운 불 앞에서 전을 부친다. 학교 갔다 오면 다리도 아프고 피곤도 한데 전 부치느라 서 있으면 갱년기라 더 덥고 미칠 지경이다.
엄마는 반찬이 없으면 어릴 때도 늘 부침개를 했다. 그때는 맛있게 먹었는데 내가 부치려니까 짜증만 난다. 그래서
'엄마, 앞으로는 안 부칠 거니까 해 놓지 마.'라는 말을 참고
'엄마, 너무 덥고 힘들어. 많이 먹었으니까 당분간은 먹지 말자.'라고 했다
가난한 시절의 유일한 반찬, 부침개를 아직도 틈만 나면 기름진 음식이 그리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