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가 미쳤다

by 신기루

학교 종소리가 나면 귀를 막는다. 너무 크다. 운동장으로 나가는 스피커가 없어서 실내에서 크게 틀어야 바깥까지 들리기 때문이란다. 단순히 내 귀가 나이가 든 탓이 아니다. 다른 젊은 선생들도 소리가 너무 크다고 했다. 그래서 한 달이 지나서 겨우 교감선생님께 얘기를 했는데 하루정도 소리를 줄이다가 운동장에서 안 들린다고 다시 키웠다. 그 후 종소리가 나면 대놓고 귀를 틀어막는다.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 집 주차장이 좁아서 이사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 얻은 집이 학교 뒤편이다. 종소리가 계속 울려댄다. 아아, 난 여기는 못 살아. 학교에서 종소리 듣고 집에 와서도 종소리를 매일 들어야 하다니. 이것도 직업병이다. 어쩌다가 종소리를 들으면 추억이 떠오를 것이지만 우리는 침 흘리는 개처럼 종소리를 들으면 엉덩이를 들고 일하러 가야 한다. 반사적으로. 종소리가 나면 나오고 종소리가 나면 들어가고. 이런 패턴으로 살다 보면 종소리는 자극적인 소리가 된다. 그래서 종소리 나는 집으로 이사 가지 않고 다른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학교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학교에 민원을 가끔 넣는다. 종소리가 너무 크다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선생들은 어떨까. 우리 학교도 주변에서 가끔 민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대체 이보다 얼마나 더 컸길래. 아, 벗어나고 싶다. 종소리 지옥에서. 하루빨리.


종소리가 간결하면서도 작은 학교에서도 근무해 봤다. 사람들이 훨씬 스트레스도 덜 받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왜 유독 크게 울려대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지 이해 안 되는 학교도 있다. 나만 고통스럽다는 것이 더 문제이다.


예전에 신설학교에 갔는데 새집증후군이란 말이 한창 유행할 때였다. 나만 새 교실에서 수업을 못 하고 빈 교실을 하나 얻어서 창문을 다 열어놓고 수업을 했다. 3월이라 아직 찬기운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춥다고 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복도로 걸어오다 보면 모두 문을 꼭꼭 닫고 수업을 하고 있다. 동물로 치자면 환경에 적응 못 한 나는 죽어야 하는 개체인 것이다. 모두들 왕성하게 적응을 잘하고 사는데 늘 학교로부터 공격을 받은 건 나이다. 학교문화도 그렇고 우리 사회 문화도 그렇고. 왜 나만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건지. 뭘 잘못 먹고 잘못 읽은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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