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표류기 : 홍콩편 EP8
컨벤션 센터를 등지고 빅토리아 하버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역시 펭귄이라 그런지 물 냄새가 나는 항구의 분위기를 좋아하나 봅니다. 그리고 역시 항구에는 걸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걷다 보니 홍콩 애니메이션 전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귀여운 펭귄 조각상 앞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있더군요. 고향 친구들 생각이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물을 피하려다 저도 모르게 조각상처럼 눈을 찡그리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 옆으로는 농구하는 고양이, 불타는 붓을 든 별님까지. 도시의 빌딩 숲 사이에서도 예술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강가에 조형물들이 놓여있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홍콩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미니어처였습니다. 그 압축된 세상 속에서 발견한 건 우리 모두가 찾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었죠. 아침 식사를 하는 가족,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는 노인들. 남극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일상의 따뜻함은 똑같아 보였습니다.
강가를 쭉 걷다 보니 AIA에서 임시로 운영하는듯한 놀이동산이 나왔습니다. 화려한 놀이기구들보다 그곳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와 달콤한 팝콘 냄새가 더 마음에 남았답니다. 도시의 딱딱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아침 공기를 따뜻하게 물들였습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하늘로 솟아오른 빌딩들, 그 사이로 날아가는 갈매기 한 마리. 같은 장소도 시간과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다시 걸음을 옮기며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자세히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하버뷰는 관광 안내 팜플렛과는 달랐어요. 매일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제게는 특별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화려한 순간들을 좇는 대신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 그게 진정한 여행 그리고 삶의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극에서도, 홍콩에서도, 일상의 특별함은 같은 모습으로 반짝이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