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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공일일공 Jan 24. 2021

27.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는가

나띵 /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여는말: 각기 다른 분야에서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10명의 사람이 모여 매일 101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합니다. 10개의 질문마다 한 명씩 질문 하나를 맡아 브런치에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1/3 정도 지난 시점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안하던 글쓰기를 하려니 부담이 되면서도 같은 주제로 같은, 또 다른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일단 끝까지 달려보는 게 목표!


나에게 득이 될 게 없고 해를 끼칠 만한 관계는 애초에 피해가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편견은 그걸 쉽게 해 준다. 길에서 갑자기 말을 거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도를 아십니까' 일 거라는 편견은 내가 그들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가도록 하여 불필요한 대화와 거절을 하지 않게 도와준다. 새로운 사람과 일하게 될 때도 나도 모르게 첫인상으로, 남들의 평판으로 그 사람을 대하게 된다. 사실 겪어봐야 아는 것이고 소문이란 게 항상 부풀려지고 덧입혀지는 것이지만 자꾸 그런 것에 기대는 것은 도쟁이들을 피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모든 사람들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대하고자 한다면 번아웃에 대인기피가 오리라 변명해보지만, 스쳐 지나가든 깊게 알고 만나든 타인에 대한 시선과 태도는 나를 향한 것들과도 맞닿아 있기 마련이다. 남을 쉽게 판단하고 납작하게 그리는 사람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는 방법도 잊어버렸을 확률이 높다. 헛되이 떠도는 소문이나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얄팍한 평판이 나의 생각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뜬금없는 소리지만, 한 때 그림을 배우러 다녔었다. 직선을 통해 곡선의 형태를 정확하게 잡는 법, 원근감을 나타내기 위해 후퇴하는 느낌을 주는 색을 사용하는 법 등을 배웠다. 그런 지식들이 손에 익으면서 스케치가 정확해지고 그림이 그럴싸해졌다. 그러는 동시에 눈으로는 계속 관찰을 해야 했다. 어느 하나 게을리하면 엉성해 보이거나 재미없는 그림이 되거나 했다. 어찌 보면 편견은 내가 배웠던 그림 그리는 방법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도구가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점에서. 


편견이 없는 사람은 정말로 누군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여러가지 정보와 편견들이 뒤섞인 속에서도 그 사람에게서 다른 면을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새롭고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재미있는 그림을 그릴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 하루종일 사람들을 마주하고 진절머리가 나지만 그럼에도 또다시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기에. 아무튼 가끔은 아무런 편견 없이 봐도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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