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머무는 공간

-사람들의 일상생활 훔쳐보기-

by Tangerine

중고교 시절,

집에서 공부를 하려고 하면

집중이 잘 안됐다.


방 안은 조용하고 책상도 널찍했지만


그 방 안에는 잠잘 침대도 있었고

내가 즐거이 보았던 게임 잡지도 있다 보니


의자에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공부할 책을 펴면

눈을 홀리는 게임잡지가

책장에서 내게 손을 내민다.


후쿠오카 여행 중,

오호리 공원에 도착하자 이런 생각이 머문다.


'이 아름다움을 내 마음에 머물게 하고 싶다.'


그래서

공원이 훤히 보이는 미술관 카페에 앉아

충분히 그 아름다움을 즐겨본다.


햇살 사이로 피어나는 행복감 이외에

그 무엇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여기에 앉아

미국 서부시대의 골드러시를 생각하고

아프리카의 굶주림을 생각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없었다.

아니 생각할 수 없다.


사람은 머물고 바라보고 있는 공간에

지배를 받게 되니깐...


그래서인지

여기에 토해내는 내 글이란 것도


공간 안에서 소재가 피어올랐고

공간 안에서 의미를 찾게 되었고

공간 안에서 글감이 한정되어 버렸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가지는 불안과 두려움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어쩜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바꾸는 일은 아닐까?


생각이 우리를 아무리 괴롭혀도

공간의 힘이 크다면 우리의 생각까지도

변하게 해 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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