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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리아나 Sep 15. 2022

열정과 과욕 사이

뮤지컬에 한참 빠져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봤던 수많은 뮤지컬 중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뮤지컬이 하나 있다.

중년의 유명 뮤지컬 배우가 스물한 살이라는 한참 어린 역할을 맡아서 화제가 됐던 뮤지컬이었다.

뮤지컬 자체는 신나고, 재미있었다.

실망스러웠던 점은 딱 하나.

화제가 됐던 중년 뮤지컬 배우의 캐스팅이었다.

스물한 살이라는 나이는 상징성이 있다.

성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풋풋함과 싱그러운 젊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나이이다.

베테랑 뮤지컬 배우였지만 연기로만 스물한 살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빠른 단체 안무를 할 때는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동작이 반박자씩 늦었다.

아마 그녀에게 이 역할은 큰 도전이었을 것이고, 그 누구 못지않은 노력과 열정을 다했을 것이다.

그녀의 도전과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노력은 애초에 빛을 발할 수 있는 도전이 아니었다. 목표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맞지 않는 역할이었고, 열정이 아닌 과욕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큰 도전 대신 그 역할에 신인 배우를 발굴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새로운 뮤지컬 스타가 탄생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웠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단조로워진다.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선호하게 되고 체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자체로 찬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도전이 아름다운 열정은 아니며 과욕일  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열정일지 과욕일지 어느 정도 미리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판단은 일상생활에서도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연속으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

40대가 되면서 주말 연속 약속이 있으면 그 다음주 초반에 많이 피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주말 내내 갖는 게 나의 작은 열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욕임을 느끼고, 자제하게 됐다.  

나도 처음부터 주말 연속 약속을 잡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이 듦에 따라 주말의 여파는 다음 날과 다다음날까지 이어졌고, 그제야 체력이 마음을 못 바쳐주는 날이 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마음과 체력의 갭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함께 느꼈다.

슬픈 일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생기는 일이며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그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열정으로 이겨내려고 한다면 신체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갭은 마음과 체력 사이 외에 내가 가능한 업무 능력과 실제 수행 능력, 내가 바라는 관계와 상대가 바라는 관계 등 삶의 곳곳에 있으며 열정으로 극복 가능할지 과욕이니 포기해야 할지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혼자만의 일이라면 그에 따른 결과도 혼자 감당하면 되지만 다른 사람이 관련되어 있다면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더욱 신중하게 평소 나의 상태를 점검하여 잘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나는 일상 속 열정과 과욕은 어느 정도 잘 판단하고 있는 것 같은데 최근에 판단이 어려운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바로 작가라는 나의 꿈이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다음 메인에 몇 번 올라간 걸 보면 아주 글솜씨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2번 낙방을 했고, 아직 출간 제의도 받아본 적이 없다.

지금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정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어쩌면 과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라는 나의 꿈은 아직 '판단 유보'이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8번 더 응모해보고 판단해보려 한다.

그때까지 열정을 다해 힘을 내서 글을 써보겠다.

글쓰기는 내가 쓰려는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큰 체력을 요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쩌면 작가라는 나의 꿈이 열정인지 과욕인지는 타자를 치지 못하는 날이 왔을 때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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