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즐겨보곤 하셨지만 이렇게 사랑에 빠진 건 처음이다.미스터트롯의 최고 스타인 임영웅은 거들떠보지 않았던 엄마가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미스터트롯 2를 방영할 때는 투표도 안 할 정도로 건성건성 봤던 엄마였는데 갑자기 박지현 앓이가 시작됐다.
이제 TV리모컨은 엄마가 장악해서주야장천 박지현만 보고 있다. 재방은 어찌나 많이 하는지 내가 지나가다 본 것만 해도 5번은 넘는 거 같은데 엄마는 볼 때마다 감탄하며 새로워하신다.
그런데 이제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나오는 것도보기 싫어지셨는지 유튜브에서 박지현 모음만 보신다.
어쩌다 한 번씩 스마트폰으로만 보시던 유튜브였는데 이제 내 태블릿을 뺏어서 보는 지경에 이르었다.
얼마나 즐거우시면 10시 안에 잠자리에 드시는 분이 박지현 보느라 새벽 1시까지 안 주무신다. 그 와중에 혼자만 보시는 게 아까운지 자꾸 나를 불러서 보라고 하시며 자세한 설명도덧붙이신다. 거기다 틈틈이 궁금하지 않은 박지현 미담도들려주신다. 내가 귀에 딱지 앉겠다고 손사래를 치면 잠시 딴 이야기로 넘어갔다 마지막은 박지현으로 귀결된다.
진정 사랑에 빠진 모습이다.
하루종일 그 사람 생각만 나고,그 사람 이야기를 하느라 밥 안 먹어도 배부르고 잠 안 자도 기운이 넘치는 딱 그 모습이다.
엄마랑 사십 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하루종일 웃음이 끊이지 않고 활기 넘치는 엄마를 보니 나도 덩달아 좋은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빠랑 연애할 때도 이러셨을까?
아니었을 거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요즘 내가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남이 잘 안 되는 이유가 나이가 들어서 이성에 대한 열정이 떨어져서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를 보니 나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내 짝을 만나면 나도 엄마처럼 사랑의 열정이불타오를까?
뭔가 오글거리지만 사랑과 연애에서둘만의 오글거림은 당연지사가 아닐까 싶다.
최근 엄마의 모든 이야기가 박지현으로 귀결되는 걸 보고 진정 사랑이라고 느꼈는데 나의 이야기는 결혼정보회사 이야기로 귀결되는 걸 보니 어지간히 맘이 급해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