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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리아나 Jun 21. 2024

40대 연인도 100일 챙기나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가속도를 느끼게 되는데 남자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덧 100일이 되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100일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200일, 300일은 안 챙기더라도 100일은 챙겨야 하지 않을까?

꼭 챙겨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상대가 챙기자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작은 문제가 있었다. 우리의 1일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남자친구가 따로 고백하지 않았고, '오늘부터 1일'을 정한 것도 아니어서 애매했다.


우리 둘의 기념일이니 우리가 정하면 된다. 남자친구와의 짧은 상의 끝에 처음 손잡은 날을 1일로 정했다. 우리의 첫 기념일이라 그런지 남자친구가 커플링을 제안했다. 좋은 아이템이긴 했지만 금값이 너무 올라 14k도 많이 비싸졌고, 머지않아 결혼반지를 낄지도 모르는데 굳이 해야 할까 싶었다. 실용적인 순금 커플링을 고민하다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리고 커플링은 미루기로 했다.


대신 소소한 깜짝 이벤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생각한 이벤트는 직접 만든 케이크와 우리만의 100일 기념 토퍼였다. 기념일 토퍼를 처음 해봐서 몰랐는데 적어도 기념일 3일 전에는 주문해야 했다. 부랴부랴 기념일 토퍼를 검색했는데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어서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 검색 끝에 하나를 골라 주문했다.


그다음으로 바로 케이크 준비를 시작했다. 케이크를 준비하는 데에도 3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프랑스에서 재료를 공수해 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걸리는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첫날에는 케이크 빵인 제누와즈를 구워야 한다. 그리고 하루 숙성을 시키고, 다음 날 생크림을 발라야 한다. 그리고 또 하루 냉장 보관을 해야 다음 날 생크림 케이크가 완성된다. 진짜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베이킹 전문가가 아니라 모양은 그리 예쁘지 않지만 진짜 맛있다. 그리고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자부심도 있다.


드디어 100일 기념일 날, 여느 때처럼 남자친구가 데리러 왔다. 차에 타니 예쁜 장미 꽃다발이 있었다. 꽃은 언제 받아도 참 기분이 좋다. 기분 좋게 한우 코스를 먹으러 출발했다.


맛있는 식사를 한 후, 내가 준비한 케이크로 디저트 타임을 가졌다. 남자친구는 내가 만든 케이크를 매우 좋아하며 맛있게 먹어서 뿌듯했다. 그리고 기념일 토퍼도 엄청 마음에 들어 했다. 그렇게 마음에 들면 가져가라고 농담으로 말했는데 자기가 가져가도 되냐며 신나서 챙겨갔다. 아기자기한 기념일 토퍼가 40대 아재 눈에도 예뻤나 보다.


40대에 100일을 챙기게 될지는 몰랐지만 생각보다 재미있게 잘 보냈다. 계획에 없었지만 200일도 한 번 챙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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