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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리아나 Jun 28. 2024

우리가 10년 전에 만났더라면...

인생에 IF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지만 가끔 상상해보곤 한다. 내가 OO 했더라면 어땠을까? 

지난날의 IF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후회와 아쉬움이다. 내가 가장 최근에 했던 IF는 '내가 좀 더 빨리 결혼에 대해 관심을 가졌더라면...'이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내가 결혼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좀 더 빨리했더라면...'이다.

지금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하고 있어서 매우 다행이지만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남자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가 10년 전에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남자친구에게 들었던 말 중에서 두 번째로 설레는 말이었다.

(첫 번째는 성심당 갈까요? 였다. 쿨럭)

뒤이어 10년 전에 만났더라면 좀 더 젊은 서로를 보며 더 열정적으로 연애를 할 수 있었을 테고, 결혼해서 지금쯤 함께 우리집도 갖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들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갈수록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라지만 결혼적령기는 분명 있다. 결혼적령기라는 시기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임신과 출산'이다. 딩크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출산이 대세이며 결혼이 늦어짐에 따라 노산도 늘어나고 있다. 주위의 노산을 보면 대부분 건강한 아이를 낳지만 의학적으로 임신 확률 자체가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보다 더 큰 문제는 '육아'이다.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데 나이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이다.


남자친구와 나는 딩크가 아니다. 

안 생기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해 볼 마음은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결혼과 동시에 임신 준비를 해야 한다. 어쩌면 결혼 전 임신이 더 축복이 될 수도 있다. 결혼 날짜를 잡은 것도 아닌데 임신 계획이라니... 이래서 좀 더 젊을 때 결혼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임신 시기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집도 마찬가지이다.

결혼한 친구들이 처음부터 내 집은 아니었지만 남편과 함께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을 보았고, 막연히 언젠가는 나도 그럴 줄 알았다. 물론, 핑계지만 그랬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사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내 집 마련에 큰 욕심이 없고, 돈관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만약 우리가 진작 만나 결혼했다면 내가 알뜰살뜰 돈관리를 잘해서 내 집 마련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이래저래 늦게 만난 것이 참 아쉬웠다. 그런데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가 그때 만났어도 지금과 같은 사이가 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초반에 남자친구의 연락 문제로 애를 먹었다. 아마 30대에 우리가 만났다면 나는 그를 초반에 포기하고 안 만났을 것 같다. 그리고 연락 문제를 극복하고 더 만났었더라도 그의 경제 상황을 알고 난 후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며 결혼 상대에 대한 가치관이 조금씩 달라지며 지금의 남자친구와 잘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 또한 그때 날 만났더라도 지금처럼 좋아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과거의 아쉬움일 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이렇게 40대에 만난 건 늦은 것이 아닌 적절한 때에 만난 것일 수도 있다. 

50, 60이 아닌 지금이라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가?

늦은 만큼 더 소중한 이 연애를 잘 이어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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