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싱글 직장여성 VS 워킹맘이었다.

by 라엘리아나

나에게는 워킹맘 친구가 있다. 혼자 출근 준비하고 회사 다니기 힘들어하는 나와 달리 아이 둘을 건사하며 일도 하는 대단한 친구이다. 싱글인 나와 워킹맘인 친구의 공통 관심사이자 주요 관심사는 회사생활이다. 둘 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회사생활을 함께 고민하며 위로해주는 좋은 친구이다. 친구는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몇 년의 공백기가 있었고, 나는 지금까지 쭉 한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통화를 하다 일한 기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 : 17년 동안 한 회사를 다녔어. 어떻게 버텼나 몰라.
친구 : 그니까~ 대단해. 근데 너 몇 년 전에 휴직해서 조금 쉬어봤잖아.
나 : 한 달이 쉰 거니? 넌 아기 낳고 6개월 넘게 쉬었었잖아.
친구 : 그건 쉰 게 아냐. 애 키웠지.

난데없는 신경전이 시작된 걸 감지한 우리는 곧 다른 주제로 바꿔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전화를 끊고, 친구와 나눴던 대화를 곱씹어 봤다. 친구가 쉰 게 아니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네 아이 네가 키운 게 쉰 거지... 일 한 건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친구는 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한 달도 쉬긴 쉰 거잖아.'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서로의 기준이 다를 뿐이다.

자세히 풀어보자면 친구는 회사를 안 다녔을 뿐 육아라는 더 높은 강도의 노동을 한 것이고, 나는 한 달을 쉬긴 했지만 17년의 기간에 비하면 쉬었다는 기분이 별로 들지 않은 것이다. 그저 각자의 입장이 달랐을 뿐인데 왜 순간 신경전으로 번질 뻔했을까?

그 이유는 나의 결과는 상황과 감정을 종합해서 판단을 하는데 상대방은 사실 그대로만 보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가 내 생각과 반하는 의견을 냈을 때 그에 대응하고자 비교대상이 아닌데 비교 구도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 오류가 생긴 것이다. 결론적으로 친구와 나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잠시 회사를 떠난 삶도 17년 동안 한 회사에 다닌 삶도 모두 자신의 선택한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뒤늦게 이런 생각이 드니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부끄러워졌다.

심리학자들은 '자기'를 가리켜 '독재정권'이라고 부른다. 국민들이 읽고 말하고, 보는 것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는 독재정권처럼 이 '자기'라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중심에서 벗어나는 순간 삶의 여러 면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프레임 - 최인철

이렇게 사람은 모두 자기중심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억지 비교대상을 만들고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격하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반성이 없어서 나오는 결과이다. 대표적인 억지 비교대상으로 군대와 출산이 있다. 단지, 군대는 남성, 출산은 여성이 한다는 이유로 비교를 하곤 한다.

여성에게는 군대에 대응할만한 제도가 없고 마찬가지로 남성도 출산과 대응할만한 신체 특성이 없으니 그 둘을 묶어버린 것이다. 군대와 출산 모두 위대한 일인데 이렇게 남녀 구도로 나눠 비교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를 넘어서 남혐, 여혐으로 더욱 심해졌다. 일부 남자와 여자의 잘못된 행태로 상대 성별 전체를 혐오하는 건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특히, 그들이 서로를 한남, 한녀라고 부르는 호칭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 모두가 한녀이고, 한남인데 왜 스스로를 낮춰 부르는 걸까? 김치녀, 된장남 같은 단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음식을 서로 깎아내리는 호칭으로 쓰이게 됐는지 모르겠다.

바로 이런 점들이 본인들만의 시각으로만 보고 상대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뭉쳤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다.

어쩌면 친구와 나도 계속 자기주장만 펼쳤으면 나는 워킹맘에 대해 친구는 싱글 직장 여성 자체에 반감이 생기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이나 인터넷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 의해 휩쓸리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하다 보면 나만의 시선이 아닌 다양한 각도로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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