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by 라엘리아나

얼마 전 사내 행사 중 신입사원 2명이 PPT 한 장으로 본인의 일상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퇴근 후의 일과는 달랐지만 그들의 PPT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퇴근을 '탈출'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과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회사에서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표현이어서 나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본 상무님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퇴근을 탈출이라고 하다니 너무 심한 거 아니야?'라고 속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나보다 젊은(?) 세대들은 회사에 대해 많이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어느새 라떼 세대가 되어서 그러는 걸까?

물론, 나도 회사가 즐겁기보다는 힘든 곳이고, 불만도 많다. 하지만 퇴근을 '탈출'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부정적인 곳은 아니다.

어쩌다 회사가 이렇게 부정적인 곳이 되었을까?

회사는 노동력을 가져가는 대신 돈으로 보상을 해준다.

바로 그 '돈' 때문에 회사를 다닌다.

자아실현을 위해 회사를 다닌다는 말은 한 번씩 꿈꿔보는 이야기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회사는 '노동력'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노동력 외에 제공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중 업무 외에 상사나 동료 등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 인해 생기는 감정 소모가 제일 크다.

실제로 업무의 강도가 세서 퇴사하는 경우보다 사람이 힘들어서 퇴사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렇게 업무 외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거부감을 일으킨다.

회사가 딱 내 노동력만 가져갔으면 좋겠는데 그 외에 신경 써야 하는 게 싫은 것이다. 나도 충분히 공감은 간다.

하지만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역할에 따른 관계와 소통이 필요하며 중요하다.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도 확인하는 것도 평가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거라 어쩔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즐기긴 어렵지만 회사가 월급을 주는 대신 나를 이용하는 것처럼 나도 회사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좀 더 낫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퇴근 후, 그 스트레스를 푼다. 반대로 함께 사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좋은 도피처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의 주범인 회사가 좋은 도피처라니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살다 보면 함께 사는 배우자나 부모님과 다투는 일이 생긴다. 그러면 당장은 마주치기 싫을 것이다.

그때 출근을 하면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되고, 출근을 하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시라도 잊게 된다.

또한,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집에만 있게 된다면 끝도 없이 가라앉거나 울고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 나가면 어느 정도의 표정 관리는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울상일 수는 없다.

그러다 웃기지 않아도 웃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사람의 뇌는 가짜 웃음과 진짜 웃음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짜로라도 웃으면 뇌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도피처가 아닐까?

슬픈 얘기일 수 있지만 회사원들은 깨어있는 시간 중 제일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게 된다.

그 많은 시간들을 '탈출'만 생각하며 보낸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나를 위해서라도 회사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매일 회사에 있는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마신다면 최소 2천 원은 절약하는 셈이다. 5잔을 마신다면 만원을 절약하는 셈이니 월급 외에 돈을 더 받는 셈이 된다.

커피를 안 마시거나 커피메이커가 없다면 또 다른 장점을 찾아보면 된다.

회사 주위에 맛집이 많으면 맛있는 점심으로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고, 친한 동료가 있다면 힘든 회사생활에 서로에게 힘이 되며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거나 복지가 잘 되어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회사마다 분명히 장점은 있을 테니 잘 찾아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지금 다니는 회사가 익숙해져 당연시했거나 미처 몰랐던 장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매일 다녀야 하는 회사인데 나의 마음가짐을 조금 바꿔서 잘 이용한다면 좀 더 윤택한 회사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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