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펜터스 - Yesterday Once More (1973)
전에 아는 동생과 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반가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출처는 3040 세대를 위한 실내포차였다. 가게 안으로 춤추는 사람들이 보였다. 덩달아 나도 속으로 장단을 맞추었다. 그때 옆에 있던 동생이 말했다.
“아주 신났네. 자기들이 이팔청춘인 줄 아나 봐.”
순간 뜨끔했다. 내가 어릴 땐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요무대>를 틀어놓으면 ‘대체 저런 촌스런 음악이 뭐가 좋다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날 동생도 올드 K팝에 취해 있던 내 친구들(?)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카펜터스의 <Yesterday Once More>는 1973년 발매 당시 미국뿐 아니라 영국·벨기에·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과 한국, 일본에서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하고 있는 곡이다. 그만큼 <Yesterday Once More>가 가진 호소력이 동서고금을 초월한다는 뜻일 게다.
젊은 세대는 윗세대를 가리켜 ‘꼰대’ ‘개저씨’ ‘틀딱’, 윗세대는 그들에게 ‘철부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 등 경멸적 표현을 쓴다. 대체 이러한 세대 갈등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모든 건 다른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다른 태도를 갖기 마련이다. 따라서 올바른 태도에 대한 기준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Z세대는 Z세대만의, X세대는 X세대만의, 베이비붐 세대와 노년층은 각자 그들만의 ‘올바른 태도란 무엇인가’에 대한 각기 다른 철학이 있다. 그 차이가 세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럼 세대 차이는 반드시 세대 갈등으로 이어져야만 할까?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차이란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차이는 그야말로 다름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는 한 갈등은 존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을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처럼 단순 ‘구별’로 받아들인다면, 거기선 갈등이 피어날 이유가 없다. 남녀화장실의 구별을 차별로 받아들일 사람이 어딨겠는가?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마음이다. 세대마다 이상과 철학, 신념은 서로 달라도 그들 모두에겐 ‘행복하고 싶다’는 똑같은 마음이 존재한다. 그리고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똑같다. 그것을 아는 것부터 세대 간의 소통이 시작되어야 한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재밌는 걸 발견했다. 평소 90년대 가요와 6, 70년대 팝송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 나는 영상 밑에 달린 다음과 같은 댓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90년대 가요 영상에 달린 댓글:
- 저때 제가 고등학생이었는데 하루하루가 재밌고 세상 겁나는 것 하나 없었죠. 지금 중년이 되어 노인이 된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 보니 저때가 너무 그립네요.
- 저땐 내가 가진 고민이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건 줄 알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새털처럼 가벼운 거였네요. 이제는 내 인생, 자식 인생, 부모님 인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나이가 되었답니다. ㅠㅠ
- 40 넘어서 보니 저때로 돌아가고 싶어 눈물이 나네요.
● 6070 올드팝송 영상에 달린 댓글:
- 젊어서 듣던 노래를 다시 듣게 되니 너무 좋습니다. 참 세월이 빠르네요. 옛 노래를 들으면서 생기는 감정은 똑같은데 지금 제 머리엔 찬 서리가 내렸네요.
- 올드 팝을 듣고 있자니 칠십이 훌쩍 넘었는데도 옛 감성이 그대로 되살아난 둣 하네요. 참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감성은 그대로인 게 신기해요.
- 나이 들고 여기저기 몸도 아프고 주변 사람들도 많이 떠나다 보니, 부모님 몰래 잠 안 자고 형제들과 밤새 팝송 테이프를 듣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전자에는 주로 중년의 비애가, 후자에는 노년의 외로움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양측이 똑같았다. 그땐 그 소중함을 몰랐던, 라디오를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노래 가사 한 줄에도 가슴이 콩닥거리던 청춘을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 말이다.
90년대 가요 영상에 달린 댓글 중 유독 가슴에 울림이 있던 글이 하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저 때가 딱 25년 전이었네요. 그땐 미처 몰랐죠. 25년 후에 제가 그 순간을 이처럼 그리워하게 될 줄은. 어쩌면 지금으로부터 25년 후에는 이 영상을 보는 지금을 미친 듯이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싸우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