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임용시험 후기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르고 시험지를 덮었고, 일주일 공부 방법이 빼곡히 적힌 인강 자료를 인쇄해 읽어 내리다 눈물샘이 터졌다. 그렇게 터진 눈물은 어느새 소리가 되어 나왔고, 1시간을 꺽꺽 거리며 울었다. 두렵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실패'라는 이름을 도저히 만나고 싶지 않아서였다. 적어도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그런 결과를 들고 내일을 살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그럴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어린아이처럼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식의 눈물이 터진 거다. 사탕을 바닥에 떨구고 만 어린아이의 서러운 눈물이 투정처럼 쏟아졌다. 한 시간 동안.
올봄에 퇴사를 했고, 봄부터 전문 상담 교사 임용을 준비했다. 매일 2시간이 넘는 출퇴근 길에 지쳐 갔고, 작은 아이들을 위한 교실에는 선생님의 한탄과 매너리즘, 그런 모습을 놓치지 않고 찍는 카메라가 점점 늘어 갔다. 이것도 모자라 가방 안에 휴대용 녹음기를 넣어 교사를 감시하는 학부모의 이기심에 넌덜머리가 났다. 학대의 수준과 경계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며 나도 언젠가 경찰서를 오갈지도 모르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졌었다.
3월부터 시작된 인강과 공부, 그리고 한국사 자격시험이라는 경주가 시작되었다. 처음 그 마음가짐과는 달리, 나는 긴 경주에 점점 지쳐갔고, '가능한' 것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보다는 '불가능'을 끈질기게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집념에 더 집착했다. 한국사의 문턱도 겨우 넘고 미리 결제한 인강을 매일같이 동아줄처럼 붙들고 앉아서는 이것만이라도 해내자 하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시간을 채웠다.
고작 29명을 뽑는 시험에 무려 5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지원을 했다. 초수인내가 무슨 재주로 그 고개를 넘어가야 하는지... 좋은 경험이 될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이론을 머리에 넣고 난 후 다른 이론을 접한 순간 망각되는 나의 지능을 탓하며 어느 날 밤엔 똥멍청이라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끊임없는 반복과 인내와 노력. 이 세 가지를 끊질기게 실행하며 의자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왜 공부는 하겠다고 해서 이 고생인지, 애들은 방치, 매 달 학원비는 빠져나가고, 이 나이에 돈이나 벌지 무슨 공부를 한다고 불확실하고 모호함을 견뎌내야 하는 괴로움과 현실사이에서 오락가락 줄타기를 하며 불안은 날로 심해졌다.
여러 상담이론 중 꼭 등장하는 상담 방법에는 '직면'이라는 것이 있다. 현실로부터의 도피,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결과, 꺼내고 싶지 않은 과거, 과거로부터 파생되는 감정과 기억 등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게 하는 상담기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사용하는 보편적인 방법인데, 모든 상담은 이 '직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직면해야죠!"
시험장에 안 갈지도 모른다는 내 얘기를 듣고 지인이 던진 말이다. 회초리로 손바닥을 한 대 맞은 것처럼 마음이 후끈 달아올랐다. 시험 두 달 전부터는 '합격'이 아닌 '고사장'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될 정도였다.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날은 잠에 드는 남편을 흔들어 깨우며 매일같이 물었다. "나 시험보지 말까?" 실패를 들키고 싶지 않은 심리였다.
실패를 두고 나를 '탓하지' 않은 것은 놀라운 변화였다. 실패 앞에 나를 긍정하는 것, 그래도 잘한 부분을 내가 먼저 찾아 인정해 주고 나니 '남'의 평가가 중요해지지 않아 졌다. 숨바꼭질처럼 단점을 찾던 모습과는 달리 잘해 왔고, 버텨낸 시간과 끈기 있게 의자에 앉았던 나를 격려했다. 내가 나를 격려하는 것이 이렇게도 기쁘고 평안한 것인지 몰랐다.
그래도 결과가 중요하지 않겠냐고, 누군가 말했다. 반드시 결과만 중요하지만은 않다는 걸 일러두고 싶었다. 어느 인생엔 결과보다 과정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90분이 30분처럼 흘렀고, 30분이 5분이 지난 듯 시험을 치르고 나니, 스스로가 대견해 나를 꽉 안아 주었다. 생각이 나지 않던 답을 확인하며 피상적으로 암기한 나를 탓하는 시간을 짧게 가지며 결과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쫙~ 펼쳐지게 될 결과가 부끄럽지 않고 '열심히 했어요'라고 말하는 내가 됨에 감사하다.
덧, 포기하지 않고 시험보신 모든 선생님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