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갔던 이유는 내가 살고 있음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살고 있어도 죽어있는 인생이 있다. 설정해 놓은 그 목표에 간절히 닿고 싶었다. 턱 없이 부족해도 부족함을 딛고 정상에 오르고 싶었다. 매 번 실패하고 절망을 맛보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 달려갔다. 이제 와서 왜 그래야만 했냐고 자문한다. 글쎄, 무시받고 평가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내 맘이다. 네가 평가할 수 없는 곳에 서 있고 싶었다. 내지는 모든 면에서 뛰어나 아무도 나를 평가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다. 탄생한 순간 깊고 강하게 자라난 나의 쓴 뿌리가 나를 압도하지 않으려면 더 괜찮고 근사한 포장지가 필요했다.
되도록이면 따뜻한 나라로 도망치고 싶었다. 뜨거운 태양 밑에서 걷다 보면 모든 현실을 잊었다. 걷는 나를 태우는 뜨거움만 느끼면 되니까, 그 태양 아래서 무작정 걷고 싶었다. 하루치의 행복에 자족하며 비어라오에 싸구려 안주를 먹으며 그저 깔깔대고 싶었다. 형편없는 동남아의 풍경 안에서 더 형편없는 나를 느끼며 자족함을 배우고 싶었다.
얼마 전 폭설처럼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아무리 과정이 중요해도 결관 늘 내 앞에 당도했고, 그 결관 어김없이 나를 무너지게 한다. 당연한 결과였음에도 나의 부족함은 늘 나를 아프게 한다.
아침부터 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선생님 커트라인 봤어요?"
20대에 지리 시험결과로 잠수와 술로 젊은 날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담긴 알림이 울렸다.
전문상담교사 1차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오늘, 제주도의 칼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외도 산책 길을 걷고 있던 중이었다. 추운걸 절대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제주도 겨울 바다 바람이 이렇게 시릴 줄은 몰랐다. 아무리 옷깃을 여며도 매서운 바람이 자꾸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렇게 계속 바람을 맞다간 당장에 감기에 걸리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허기진 배를 돈가스로 채우며 당장 숙소로 달려가 노트북을 켜고 싶기도, 영원히 모르고 싶기도 했다. 결과를 물어오는 지인이 있고, 묻지 않고 알려주겠지 하고 기다리는 지인이 있고, 그저 나를 응원하는 지인이 있다.
"어떻게 됐어?" 물어오는 지인에게, "당연히 안 됐지, 뭘 물어" 하고 웃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그 '웃음'이 '웃음'이 아닌 게, 그럴 수 없는데 웃어야 되는 게 나는 싫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슬픈 마음을 먼저 배우고 자라서 그런 질문을 하지도 묻지도 않는 버릇이 아주 어린 나이부터 절로 피부에 스몄다.
아닌 척 쓸어 넘기는 얼굴관 달리 마음을 뒤흔드는 괴로움과 이런 형편없는 점수에 매몰차게 차가워지는 내가 아픈 것이다. 그래서 바다 앞에 서 있거나, 태양아래 있고 싶었다. 무너질 게 너무 뻔하니까, 나를 지키기 위한 우습고 비겁하기도 한 도피. 바단 너무 아름답고, 태양은 너무 뜨거우니까 정신이 마음이 아찔해져서 쓱~ 잊히니까, 현실이.
자꾸 빨개진 눈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나를 쳐다본다.
작은 화장지를 잘라 눈가를 꾹꾹 누르면 그만이다.
결코 변하질 않을 결과를 받아들이며 번번이 실패하는 나를 끌어안고 버틴다.
'합격자 명단에 당신의 이름이 없습니다'
네. 네.
눈물, 뚝.
제주 바다덕에 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