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 good-bye

통영, 거제 2024.12.14~12.16

by KarenB


삼십 대 중반에 직장에서 만난 귀한 인연이 있다. 짧은 인연이지만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보다 '삶'의 그늘진 부분을 더 많이 나눈 사람들이다. 직장이라는 쉽지 않은 곳에서 신뢰와 믿음과 인간애라는 감정을 올곧게 쌓아 올린 이들의 눈부신 활약(?)을 보며 나는 참 많이 배웠다. 일을 대하는 모습, 전문성, 영유아들을 향한 진심과 마음가짐-

지울 수 없는 과거가 나를 짓눌러 작은방으로 자꾸 숨어들 때, 우울의 우물을 길어 올리며 자괴감으로 괴로워하는 나를 포착하여 멈추라고 말해준 사람들이다. 손을 잡아주고 함께 발맞춰 걸어준 이들의 세심한 마음과 순수한 열정이 참 고마웠다. 각자의 아름다운 상처를 들여다보며 함께 울어준 녹진한 관계. 나는 이들과 이런 연결, 관계 맺음이 참 특별했다.


선생님들과의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통영에서 거제로 이어졌던 여행 안에서 우린 각자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했다. 겨울의 조용한 공기와 저 멀리 보이던 푸른 바다와 지평선, 하얀 구름과 반짝이던 윤슬을 마음 가득 담았다. 이젠 정말 내 속에서 자라고 있던 아픈 슬픔과 'Good Bye'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과거에 묶이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까맣고 하얀 눈물 방울이 슬쩍 맺히고, 번쩍이던 웃음소리와 바다만큼 잔잔히 흐르던 대화와 삶을 녹여낸 우리들의 노랫소리가 틈틈이 여행을 채웠다.


이별을 잘해야 새로운 만남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게 무엇이든, 잘 떠나보내는 것에 집중하며 마음 한구석에 박혀 있던 크고 작은 사건과 아픔과 사람과 사랑과 작별했다. 묵은 감정도 부패한 슬픔도 한탄 어린 결핍에도 이젠, 잘 가라며 손을 흔들었다.

아름답고 내면이 건강한 사람들이다. 추함과 아름다움을 판단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나의 이정표를 더욱 튼튼히 세웠다. 요동치는 파도를 잠재울 수 있을 거 같은 '힘'이 단단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흔들릴 테다. 이런 예상조차 두렵지 않다고 느꼈다. 바다가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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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먹부림. 이전의 조개찜은 찜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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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 우리 밥, 소중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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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도


이수도라는 작은 섬에 묵으면 점심, 저녁, 아침 순으로 정성스러운 삼시 세끼를 먹을 수 있다. 세끼를 거르지 않고 꼬박 먹은 적이 거의 없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숲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섬을 둘러볼 차례다. 숲길을 걷고 바다를 보며 드문 드문 이야기를 나누고, 아주 많은 사진을 찍고, 여러 노래를 완곡했다. 따뜻한 방에 배를 데고 누워,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지극히 편안한 이 인연과 연결이 참 소중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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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품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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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와 오르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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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집사와 식물
KakaoTalk_20250109_173735377_06.jpg 그리고 나


겨울의 한복판에서 가을을 만났다. 붉은 가을이 찬 겨울 속에서 느름 하게 서있었다. 식물을 가꾸던 고운 손과 뜨끈한 볕 아래에서 식물을 살폈을 식집사의 주름진 세월이 어느 꽃과 나무보다 더 생생했다. 마음을 다하고 진심을 다한 모든 것에는 눈물겹도록 생생한 감동과 사랑이 담겨있다. 아마도 우린, 이 생생한 카페 때문에 거제도를 다시 찾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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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졌던 해, 떠오를 해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음을 겸허히 수용하며

매듭을 짓고 시작점 앞에 서 있는 당신과 나의 삶을 마음 모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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