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처럼 편안했던 숙소 대문 옆으로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한국 나무와는 사뭇 다른 그 나무를 무심결이든 의식적으로든 나는 오래 쳐다봤다. 풍채에 비해 가는 나무 기둥과는 다르게 잎이 무성했고 잔 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둥글고 넓적한 잎이 빼곡한 게 신비로웠다.
나무에 관심을 보이는 내게 숙소 주인이 말을 뱉었다.
나뭇잎 속에 많은 새들이 숨어 있고 나무를 치면 그 새들이 우르르 날아갈 거야.
정말 그럴까, 싶었다. 꼭꼭 숨어있던 새들이 정말 하늘로 날아가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가끔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한다. '새'는 나에게 있어 '자유'를 상징하는 유일한 동물이었다. 새들의 그 '자유'가 부러웠다.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다는 건, 내게 곧 자유였으니까. 나도 날 수 만 있다면 어디든 자유롭게 떠났다,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쨌든, 그의 말을 듣고 나는 벌떡 일어나 나무 기둥을 향해 발을 들어 올렸다. 내 발에 덴 나뭇잎들은 마찰음을 내며 동시에 아래로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어째서 새들이 하늘을 날아가지 않지. 방금 아래로 떨어진 저것은 무엇이지. 생각에 말을 내놓기도 전에 선명히 보인 저것은 '아기새'인 게 믿어지지 않아 자꾸 눈을 끔벅였다. 맙소사, 아기새가 나무에서 떨어지다니. 정확히 둥지에서 떨어진 것이다. 별안간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새는 아직 펼치지 못한 작은 날개를 들썩이며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애처롭게 들썩이는 여린 날개를 쳐다보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는 그 아기새를 둥지로 데려다 놓지 않은 채 그곳을 떠나왔다. 그저 작은 아기새에 불과했으므로 나는 그렇게 했다.
어젠 나무에서 떨어진 아기새를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기새가 사라진 둥지를 본 어미새는 어떠했는지, 아기새가 배고플까 먹이를 물고 왔겠지. 아기새를 찾으러 한참을 떠돌았을까.
제발, 어미새가 아기새를 찾았기를... 그래서 안전하게 어느 둥지에든 안착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기를...
제발, 고양이가 물어가지 않았기를... 제발.... 제발.... 제발....
나무에서 떨어진 아기새를 어떡하든 둥지에 올려놓고 왔어야 했다는 생각에 하품을 몰아내고 뒤척였다. 반드시 그렇게 했어야 했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에 아기새를 붙들고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다.
결국에, 나무에서 떨어진 아기새가 죽었을까, 싶어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뱉었다. 추락하고 떨어졌던 날들 속에서 덩치만 커진 나는 방에 웅크려 어깨를 바들바들 떨며 울곤 했었다. 마치 나무에서 떨어진 그 아기새처럼.
미안해, 아기새야.
널 둥지에 올려두고 왔어야 하는 건데. 이제부터 나는 어떤 새를 보든 너를 떠올릴 거야. 내 발길질에 집을 잃었던 너를. 내 발길질에 상처 입은 모든 이들을. 나를 발길질했던 이들과 내가 다르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