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rock the world
니스에서의 기억이 완벽하지 못한 것은 아주 슬픈 일이기도, 어쩌면 기쁜 일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니스의 느낌은 ‘이상한 도시’였다. 따사로운 햇살을 경험한 적 있는가 묻는다면 나는 니스의 햇살이 100퍼센트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다. 거기에 소금기 없는 상쾌한 바람이 불어올 때 정말 ‘이상한 도시군’하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보라면 당장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영원히 1등일 바다. 또 다른 하나는 하얀 폭약을 둘러싼 시위부대이다. 니스의 바다는 내가 본 어떤 바다보다도 반짝였다. 심각하게 반짝거려서 바닷속 사람들이 그 반짝임에 따가울 것만 같았다. 이렇게 보니 니스는 단어의 정의 그대로를 닮은 도시이다. 오롯한 따사로움, 상쾌함, 반짝임. 그 모든 것이 지나치게 훌륭해서 어쩐지 내가 조금 덜 훌륭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조금 덜 훌륭해진다 하더라도 상관없을 도시를 만나다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프랑스는 그 자체로 혁명의 나라라, 파업도 시위도 많은 나라임은 알고 있었다. 평일 대낮 메인거리가 하얀 폭약으로 가득 찰 줄은 정말 몰랐지만 말이다. 무엇을 위해서, 누가 벌이는 일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나는 그저 무서워서 옆 길로 뛰다시피 숙소로 돌아갔다. 아름다운 도시에서 숨 막히는 시위라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이해가 되어서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이 기억이 좋았느냐라고 물으면 당연하게도 그것은 아니지만, 상반되는 물성의 공존이 기억에 남았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기약하는 그날이 오면 어김없이 정의를 느끼러 갈 것이다. 모든 아름다움을 정의할 수 있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