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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Sep 26. 2023

이상한 도시, 니스

just rock the world

  니스에서의 기억이 완벽하지 못한 것은 아주 슬픈 일이기도, 어쩌면 기쁜 일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니스의 느낌은 ‘이상한 도시’였다. 따사로운 햇살을 경험한 적 있는가 묻는다면 나는 니스의 햇살이 100퍼센트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다. 거기에 소금기 없는 상쾌한 바람이 불어올 때 정말 ‘이상한 도시군’하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보라면 당장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영원히 1등일 바다. 또 다른 하나는 하얀 폭약을 둘러싼 시위부대이다. 니스의 바다는 내가 본 어떤 바다보다도 반짝였다. 심각하게 반짝거려서 바닷속 사람들이 그 반짝임에 따가울 것만 같았다. 이렇게 보니 니스는 단어의 정의 그대로를 닮은 도시이다. 오롯한 따사로움, 상쾌함, 반짝임. 그 모든 것이 지나치게 훌륭해서 어쩐지 내가 조금 덜 훌륭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조금 덜 훌륭해진다 하더라도 상관없을 도시를 만나다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프랑스는 그 자체로 혁명의 나라라, 파업도 시위도 많은 나라임은 알고 있었다. 평일 대낮 메인거리가 하얀 폭약으로 가득 찰 줄은 정말 몰랐지만 말이다. 무엇을 위해서, 누가 벌이는 일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나는 그저 무서워서 옆 길로 뛰다시피 숙소로 돌아갔다. 아름다운 도시에서 숨 막히는 시위라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이해가 되어서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이 기억이 좋았느냐라고 물으면 당연하게도 그것은 아니지만, 상반되는 물성의 공존이 기억에 남았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기약하는 그날이 오면 어김없이 정의를 느끼러 갈 것이다. 모든 아름다움을 정의할 수 있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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