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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끄고릴라 Feb 15. 2023

그날, 떠올리고 싶지 않던 그날.

누구나 살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 있다.





'왕따'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아직도 많이 아파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그날.

가슴속에 묻고 살았던 그날.


당신은 어디 계셨나요.

왜 날 지켜주지 않았나요.


그냥 빈 말이라도

내 옆에 있었다고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날 난 혼자였고

친구들의 싸늘한 눈빛과 분위기는

나를 더 외롭고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공부로 인정받으면 왕따도 벗어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기에 

그토록 공부에 매달렸지만

그 또한 마음처럼 쉽지 않았죠.


당신도 왕따의 친구였다길래

나도 그와 같이 살아야 하고

당신을 닮기 위해 

이유도 모른 채 무조건 순종하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었어요.

착한 아이는 누구나 좋아하고 인정받으니까요.


그냥 가만히 있었더라면...

나도 평범한 다른 아이들처럼

그냥 왕따 당하는 아이의 반대편에 있는

무리들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냈더라면

이렇게 깊은 외로움은 모르고 지나왔을까요?


아무도 내게 그날 너의 선택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해주길 바랐어요. 

왕따였던 친구가 나의 손을 꼭 잡았을 때

뿌리치고 많은 친구들의 무리 속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마음속에 죄책감이 들어서...

그때 내 마음을 알고 계셨나요? 

왕따였던 친구에게 아직까지도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어서 가끔씩 마음이 무겁다는 사실도

알고 있나요?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아서...

내가 중간에서 잘했더라면

왕따였던 친구도 좋아지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계속 남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학교에서 반장을 하면서도

늘 왕따였던 나는 

그래서 더 외로웠어요.

반장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만 같은데

친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잘 보여서... 

이중적인 내 모습에 실망스러워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 이런 마음

다 보고 계셨나요?

그런데 왜 가만히 계셨나요?

그때 그곳에

내 옆에 있었다고

말해주세요. 

제발...

그 말을 들어야만

내가 비참해지지 않을 것 같아요.

거짓말이라고 해도

그냥 그때 너 혼자가 아니었더라고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 아픔의 깊이를

그 사랑의 넓이를

내 작은 머리로

내 좁은 시각으로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말해주세요. 

날 떠나지 않는다고

날 버리지 않겠다고

수천번 수만 번 말해도

내가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해도

느끼고 싶어요.



지금 흘리는 이 눈물이...

나도 잘 모르겠는 이 뜨거운 눈물이...

당신의 마음을 말해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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