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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끄고릴라 Feb 15. 2023

17년 차 사회복지사의 고백

'대인기피증, 가면성 우울증, 공황발작' 이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사회복지사인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평생토록 해왔다.


그러나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나는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이고

난 스스로 이겨낼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내 바로 옆 가까이에 사람들이 존재했음에도

그 존재의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이 깊이 찾아들었고

점점 더 외톨이가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함께 울고, 함께 웃는'이라는 모토를

너무나 좋아했건만...

입술의 말과 나의 마음은 정작 따로 놀았던 것 같다.


나 자신이 위선적이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제 자존심 그딴 거 내세우지 말고

그냥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스며들어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웃고 떠들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물론 내향형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라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에너지가 쉽게 방전되어 체력이 녹초가 되지만

그 행복만큼은 나도 누리고 싶기에

이제 누군가를 도와주는 관계가 아닌

그냥 그저 편한 말동무 또는 동네 이웃주민으로

함께 어깨동무하며 살아가고 싶다.



더 이상 돌봄 중독의 무게를 강하게 느끼며

힘들게 부담스럽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아니라

다시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담 없이 대화 나누고 소통하는 삶을

누리고 싶다. 



아마도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내 옆에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그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가고

지금의 시간들을 소중히 느끼고 누리라고

보내주신 천사가 아닐까?


이제는 내 생각을 조금씩 바꿔보려 한다.

나도 누군가의 섬김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함께한다는 것은 나에게 부담이고 짐이라

여겼던 과거의 나를 내려놓으려 한다.






나에게 있어 '관계'란 매우 중요하다.


관계에 있어서 많은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실패와 상처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안경을 하나 샀다.

물론 내 시력이 안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귀찮아서 안경을 쓰지 않았다.


패션에 약간씩 눈을 뜨면서

지나가다가 안경을 한번 써보았는데

너무 잘 어울리더라.

그래서 시력검사를 하고 안경을 바로 맞췄다.

내 시력에 맞는 안경을 썼는데...

그 안경을 쓰고 걸어보았는데...

생뚱맞게 이런 생각이 확 들었다.


'어! 이거 너무 잘 보이잖아... 음...'


당연히 안경을 잘 보기 위해 쓰는 건데...

나는 안경을 쓰는 순간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느껴졌다.



사실은...

나는 길을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않는다.


얼굴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누가 나를 알아보는 게 부담스러워서

스스로 내 눈의 초점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안경을 쓴 순간...

사람의 얼굴이 너무 또렷하게 잘 보여서

두려운 마음과 숨고 싶은 마음, 피하고 싶은 마음이

확 다가왔다.


며칠 정도 안경을 쓰다가

지금은 책 볼 때만 안경을 쓰고

평상시에는 안경집에 고이 안경을 모셔두고 있다.



이렇게 내가 사람을 마주하고 대하는 걸 힘들어하는

대인기피증이 있다는 사실을...

사실은 나만 알고 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 속에서는 아닌 척... 잘도 속여왔다.

겉으로 티 나지 않고 속으로 우울한

'가면성 우울증'의 모습이 

바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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